[※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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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최초로 인터넷이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30여년의 세월을 지나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터넷의 영향력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막강해졌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의 생태계도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의 진화 단계를 큰 특징을 중심으로 분류한 것이 웹 1.0, 웹 2.0, 웹 3.0이다.
일반적으로 웹 1.0과 웹 2.0 시대까지는 모든 개인이 생산해낸 데이터나 디지털 콘텐츠를 일부 기업이 소유권을 독점하고, 이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도 기업이 가져갔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의 빅테크 기업이나 거대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는 중앙 집중형 인터넷 생태계가 웹 2.0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웹 2.0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웹 3.0이다. 웹 3.0은 소수의 기업이 독점하는 중앙 집중형 구조를 탈피하고 콘텐츠나 데이터 등을 만들어낸 개인들에게 권한과 이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탈중앙형'(decentralized) 구조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3차원 가상현실의 공간이지만 여기에 웹 3.0의 혁신적인 기술까지 더해졌다. 이제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디지털 생태계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 인터넷의 진화와 메타버스의 가능성
인터넷의 가장 기본 모델인 웹 1.0은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의 세상과 비교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초창기인 만큼 기술 개발과 활용의 한계도 분명했다.
웹 1.0은 모든 자료가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어떤 상호작용도 할 수 없는, 단순한 '읽기'만 가능했다. 즉, 소수의 기업이나 특정 개인이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읽을 수만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부분의 웹사이트, 웹진, 블로그 등이 웹 1.0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신문이나 책, 방송처럼 일방적으로 읽기만 가능했던 웹 1.0의 기능과는 달리 웹 2.0은 '쓰기'의 기능도 추가됐다. 웹 2.0에서 사용자는 자신만의 콘텐츠로 글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댓글이나 게시글 등으로 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음악이나 사진, 동영상 등의 콘텐츠도 올리고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즉,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웹 1.0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현재 우리가 활발하게 사용하는 유튜브, 네이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가 웹 2.0에 해당한다. 웹 2.0은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등과 같은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그 결과 플랫폼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커지고, 자연스럽게 소수의 사업자가 주도하는 중앙 통제 방식의 웹 생태계가 형성됐다.
웹 2.0 환경에 익숙해진 우리는 별다른 불편함 없이 인터넷을 활용하지만 사실 이 또한 한계점은 있다. 웹 2.0에서는 사용자 간의 연결이 중개자인 플랫폼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플랫폼이 사용자를 통제하고 데이터를 독점하는 구조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로 광고 수익을 올리는 등 기업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해왔다.
중앙 통제 방식의 웹 2.0이 가지는 문제들이 커지면서 대안으로 웹 3.0이 시작됐다. 웹 3.0은 이전과 비교해 기능적 부분의 차이가 분명하다. 웹 3.0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화다. 웹 3.0은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한 탈중앙적인 데이터 암호화와 대체불가토큰(NFT)에 기반한 '개인의 데이터 고유권의 소유'가 가능해진 형태의 웹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에서 모든 활동의 주체는 내가 되며, 그 결과물도 나의 것이 된다. 사용자가 플랫폼 내에서 내 취향에 맞게 주체적으로 활동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생성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도 오롯이 사용자 개인의 판단에 따른다.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도 사용자의 것이 된다.
이처럼 다양하고 재능 있는 개인들이 이끌어갈 새로운 개념의 분산형 경제 생태계에서는 일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하던 과거 웹 2.0 기반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뛰어넘어, 작지만 강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다채롭게 탄생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웹 3.0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도 무너진다. 플랫폼 참여자의 대부분이 나의 창작물을 팔기도 하고 타인의 창작물을 사기도 한다. 서비스와 콘텐츠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창의적인 콘텐츠와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하고, 이로써 부의 분배가 더욱 균형 있게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까지 기대할 수 있다.
현재의 메타버스도 웹 3.0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자율성과 주체성이 존중되고, NFT를 통한 저작권 인증도 가능해 경제활동도 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웹 3.0과 메타버스가 모두 초기 단계이므로 목표로 하는 이상적인 환경이 구현되려면 더 많은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웹 3.0의 인터넷 환경이 완벽하게 구현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메타버스도 혁신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진정한 양방향 소통과 참여, 사용자의 의지대로 활용하고 선택하는 사용자 중심의 공간, 안전하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기능까지 더해져 미래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의 삶을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더욱 다양하고 완벽하게 구현할 것이다.
◇ NFT와 웹 3.0, 메타버스가 함께 여는 평등의 유토피아
NFT와 웹 3.0의 기술들은 향후 메타버스와 연계되면서 메타버스 경제 체제의 기반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 내에서 참여자들은 아바타를 이용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경제적 활동도 활발하게 할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메타버스 시대로 더욱 빠르게 진입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웹 3.0의 환경, 즉 '개인의 소유'라는 혁신적인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블록체인과 NFT 기술이 기반이 돼 탈중앙화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 진화를 기반으로 대부분의 디지털 공간 내 활동이 지능화된 개인 맞춤형 웹의 형식으로 바뀔 것이며, 이는 미래의 메타버스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메타버스는 경제생활과 사회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자 NFT 기술과 웹 3.0이 결합해 탄생한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이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필두로 공공, 교육, 의료, 유통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메타버스가 응용될 것이다.
개인은 메타버스 내에서 NFT 기술을 활용한 자유롭고 안전한 거래를 통해 중앙 집중형의 경제 생태계를 벗어나 주체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며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놀랍게도 토머스 모어 이후 인류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평등한 유토피아의 구현과 매우 유사하다. 인류는 일부 권력자들의 중앙 집중적 통제 방식에 항상 반감을 가졌고, 여기서 탈피할 무언가를 갈구했다.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탈중앙적 방식 또한 인류의 오랜 염원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현대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역사적으로 꾸준히 시도해온 유토피아적 이상 사회를 기술적으로 가장 가깝게 구현할 수가 있게 됐다.
기독교가 종교와 사상을 기반으로 철학적이고 관념적으로 평등의 개념을 제공했다면, 토머스 모어와 그의 사상적 후예인 공상적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는 여기에 경제 체제와 사회 시스템을 추가해 이상 사회를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도덕성의 한계로 이러한 시도들은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역사 이래 모든 인류가 꿈꾸고 열망했던 평등하고 자유로운 이상 사회는 이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도구로 한 번 더 실험될 것이다. 과거 기독교나 토머스 모어의 후예들이 시도한 이상 사회와 달리 현실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 발전과 더불어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탈중앙적 인프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 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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