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7L 사전구매, 집 계약 해지…살인미수 혐의 추가
특허사기 당했다는 주장 고수…신상정보 내달 3일 공개키로

'역삼 연쇄방화' 피의자, 공소청 구속 송치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피의자 A씨가 29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공소청으로 구속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29 m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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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현영 정지수 기자 =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달아 불을 질러 26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이 공소청에 넘겨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9일 70대 남성 이모 씨를 현존건조물방화치상·살인미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당시에는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만 적용했으나, 이후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이씨는 20일 오전 11시 54분께 역삼동 신명빌딩 3층에, 낮 12시 1분께 인근 한양빌딩 4층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질러 26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두 특허법인 사무실은 80∼90평 규모의 개방된 구조여서 방화 직후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했다.
이 불로 신명빌딩에 있던 특허법인 관계자 15명, 한양빌딩에 있던 특허법인 관계자 11명이 기도화상 등 부상을 당했다.
이 가운데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을 계획했고 불특정 다수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9월 24일부터 이달 5일 사이 주거지 인근 상점에서 15리터(L)짜리 식초 1통, 9㎏짜리 까나리액젓 1통, 라이터 2개를 구입했다. 19일에는 주거지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17L를 구매해 앞서 구매한 통 2개에 채우는 등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다.
경찰은 이씨가 이달 15일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임대차계약 만기가 9개월이나 남았는데도 집주인에게 계약 종료 의사를 전달한 점도 범행을 미리 계획한 증거로 봤다.
범행 전날인 19일에는 주거지에 있는 짐을 수차례에 걸쳐 폐기하고 당일인 20일에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반환받고 나오면서 "사기를 쳤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라고 혼잣말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특허법인에 겁을 주려 했을 뿐, 사람을 다치게 하려는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경찰은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이씨가 범행 직전 특허법인 직원에게 특정인의 근무 여부를 묻고 직원이 내부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직후 불을 질렀으며, 사무실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등 내부에 사람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지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또 유일한 탈출구인 사무실 입구 앞에 휘발유를 붓고 망설임 없이 불을 지른 점, 방화 직후 화염이 번졌음에도 비상벨을 누르거나 불이 난 사실을 알리는 등 조치 없이 도주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씨는 체포된 직후부터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특허법인이) 허위 특허증을 발급해 주는 등 사기를 친 것에 불만이 있어 겁을 주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주장해왔다. 경찰 조사에서 그밖에 다른 범행 동기나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수서경찰서에서 나올 때도 이씨는 취재진에 "경찰서에 특허 사기를 이야기했는데 수사를 안 했다.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냐"고 외쳤다.
왜 불을 질렀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 이야기 그만하시라"고 대꾸했고, 피해자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조용히 하라"고 영어로 소리치기도 했다.

경찰, '역삼동 연쇄방화' 70대 송치…살인미수 혐의 추가
[촬영 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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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당일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이씨의 동선을 추적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모든 경찰서가 공조 수사를 벌인 끝에 혜화경찰서 형사팀이 오후 4시 16분께 종로구 동묘역 앞 10번 출구 앞 노상에서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22일 이씨 구속 이후 경찰은 주거지 수색과 범행 도구 출처 확인, 피해자 조사, 이씨 진료기록 분석, 프로파일러 투입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수서경찰서는 "송치 이후에도 공소청과 적극 협력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는 한편,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피해의 중대성과 범행 수단의 잔인성이 인정되고 범행 증거도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이씨가 신상 공개 결정에 서면으로 '이의 없음'을 표시하지 않으면서 신상정보는 법에 따라 내달 3일 오전 9시께부터 30일간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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