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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의 재탄생] '사람이 돌아온다'…빈집서 도시재생 해법 찾다
입력 2026.09.21 04:06수정 2026.09.21 04:06조회수 0댓글0

빈 한옥·주택·폐창고서 시작한 변화, 무너진 마을 되살리기도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로 바뀌도록 정부·지자체·주민 힘 모아야"


[※ 편집자 주 = 연합뉴스는 지난해 9월부터 매주 빈집을 재활용해 도시 재생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한옥과 주택, 폐공장·창고는 철거될 운명을 맞았지만, 카페·식당·도서관·책방·전시장 등 다양한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도시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생생한 모습들을 살펴봤습니다. 연합뉴스는 지역취재본부가 다녀온 52곳의 사례를 바탕으로 빈집 활용의 해법을 재조명하며 기획기사를 마무리합니다.]

군산 인그리드 호텔

[촬영 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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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붉은 노을이 좁은 골목길에 물들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거리엔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작은 바에서는 감미로운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전북 군산 원도심에 100년이 넘은 건축물을 보존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에 들어선 재즈바의 주말 풍경이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9월부터 군산의 재즈바처럼 빈집을 활용해 다양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52곳을 취재했다.

오래된 한옥·빈 주택·상가·빈 창고·폐공장은 카페와 식당, 도서관, 책방,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현장의 모습과 그 과정을 살폈다.

비어 있던 공간에 다시 사람이 찾아오고, 일부 지역에서는 한 채의 변화가 골목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담았다.

쇠락한 도시의 재생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도 빈집의 재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마을호텔 18번가

[촬영 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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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집 한 채가 아니라 '마을'을 살리다…숙박시설로 변신한 빈집

경북 영양군 연당마을은 150년 넘은 한옥을 비롯해 방치된 빈집에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을 들였다.

20채가량의 빈 한옥 가운데 9채가 카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고 식당과 펜션도 들어설 예정이다.

주민들이 빈집을 하나씩 고쳐 독특한 공간으로 만든 결과 연간 방문객이 2만7천명에 이르는 관광지로 변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의 '마을호텔 18번가'는 빈집을 객실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식당과 상점, 골목을 호텔의 일부처럼 연결했다.

폐광 이후 인적이 끊긴 마을이 관광지로 변모했다.

군산 인그리드 호텔은 100년이 넘은 적산가옥을 여러 채 연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투숙객들은 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며, 재즈 공연을 즐긴 뒤 느긋하게 바에 앉아 위스키를 맛보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다.

빈집 한 채를 펜션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지역재생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숙박, 음식, 체험, 문화시설을 연결해 관광객이 하루 이상 머물 이유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숙박업을 하는 김수연씨는 "한옥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골목에 활기가 돌고, 인근 카페와 식당도 더불어 잘 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며 "궁극적으로는 한 골목에서 먹고, 마시고, 쉴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숙소로 변신한 한옥

[촬영 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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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넘치는 카페·음식점…'지역의 이야기'를 입히다

충북 괴산군 옛 칠성시장에는 수년간 방치됐던 2층 빈집이 카페 겸 마을여행사 '로컬즈'로 탈바꿈했다.

이후 외지 출신 청년들이 주변에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쇠퇴했던 시장 골목에 변화가 시작됐다.

충주 관아골의 '세상상회'도 눈여겨볼 만하다. 1945년 일본식 가옥과 1970년대 한옥을 매입해 카페로 만들고 옥상은 공연장으로 활용했다.

첫해 2억원대였던 매출은 현재 3억원 정도로 성장했고, 이후 주변에 숙박시설과 책방 등이 들어서며 골목 전체의 재생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30여명이 카페와 숙박, 책방, 협동조합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집을 예쁜 카페로 고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건축물의 특성을 콘텐츠로 활용하고 다른 공간과 연계해 차별화를 강조했다.

마음지구대 내부 모습

[촬영 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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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다시 모인다…문화·예술·커뮤니티로 변신한 빈집

경기 연천군 은대리의 20년 된 폐벽돌공장은 전시관과 카페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장에서 사용했던 작업복과 사진, 문서 등을 전시하고 벽돌 모양의 빵까지 판매하면서 과거 산업시설 자체를 관광 콘텐츠로 만들었다.

지난해 7∼12월 6개월 동안 2만2천여명이 찾았다.

부산 수정아파트의 빈집은 사진 갤러리로 변신해 9년째 운영되고 있다.

절반가량이 빈집으로 남은 낡은 아파트의 한 세대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지역의 오래된 풍경 자체를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다.

속초 영랑동의 빈집은 마을도서관 '잇-다'가 됐다.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시고 대화하는 사랑방으로 거듭났다.

인천 남동구의 옛 파출소는 더 직접적인 사회서비스 공간으로 변했다.

음식점과 카페를 거쳐 빈 건물로 남았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주민들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마음지구대'로 운영하고 있다.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고 색칠공부, 필사 등을 하면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25년간 방치됐던 전주의 한 카세트공장은 팔복예술공장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현대미술 전시장과 창작 스튜디오, 예술 놀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한옥을 개조한 식당

[촬영 최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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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창업·주거…빈집을 '사람을 끌어오는 장치'로

빈집을 청년 창업의 테스트 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전북 군산시 중앙로의 80년 넘은 한옥은 원도심 쇠퇴로 5년 넘게 방치됐지만 리모델링을 거쳐 청년 외식 창업자를 위한 '테스트 부엌'으로 바뀌었다.

주방 설비를 갖춘 공간을 청년들에게 제공해 실제 영업 경험을 쌓도록 하고, 이후 지역에 카페와 식당을 열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 공간은 젊은이들이 맛을 전하는 집이라는 의미로 '청춘미가'(靑春味家)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재 청춘미가는 '돌푸바오 버거'라는 상호를 단 색다른 맛집으로 영업 중인데 중식과 양식의 조리 경력이 20년에 가까운 부부 사장이 대만식 찐빵 '바오'에 중식 특유의 불맛을 더한 이색 버거를 판매한다.

울산에서는 손님이 끊긴 노후 모텔을 개조해 청년 창업 거점으로 활용했다. 사무실과 주거를 함께 해결할 수 있어 초기 창업자들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빈집 활용의 궁극적인 목표가 지방소멸 대응이라면 관광객뿐 아니라 실제로 지역에 정착할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식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돌푸바오 버거를 운영 중인 임슬기(41)씨는 "청춘미가 덕분에 경제적 부담 없이 맛있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음식에 도전하는 시간을 보낸다"며 "손님들이 고풍스러우면서 따듯한 한옥 느낌과 특이한 메뉴에 상당히 만족해한다"고 전했다.

흉물로 방치 도심속 폐건물…대책마련 시급(CG)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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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물' 폐건축물도 관리 활용방안 고민해야

빈집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들이 성공 벤치마킹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단순 빈집을 넘어 범죄에 악용되기까지 하는 흉가 수준의 폐건축물에 대한 대응은 아직 미흡하다.

지난 7월 1일 충남 아산의 한 폐모텔에서는 남성 2명의 시신이 수습되고 여성 1명이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이 모텔은 폐업했지만, 행정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영업 중인 상태였다.

이처럼 전국 곳곳의 폐건축물이 범죄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당국의 관리는 미흡하다.

전국에서 공사 중단 후 2년 이상 장기 방치 건물은 286곳에 달하고 이 가운데 10년 이상 방치된 곳은 227곳, 20년 이상은 103곳이나 된다.

영업이 중단돼 오랜 시간 비어 있는 상가·공장·창고·숙박시설 등은 구체적인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폐건축물 전수 조사와 위험도 등을 평가해 출입을 통제하는 등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광주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은 대개 법적 소송 중이어서 행정이 나서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소규모 빈집이나 폐창고, 폐상점 등은 경찰과 연계해 방범 활동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팝나무 개화한 철길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26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철길 양옆으로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전주시는 이날부터 이팝나무철길을 한시적으로 개방했다. 2025.4.26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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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 여부, '건물' 아닌 '사람'이 가려

전국의 빈집 활용 사례를 살펴보면 건물이 아니라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렸다.

지역에 주목한 이들은 관광자원이 있는 곳에는 숙박과 카페를, 문화시설이 부족한 곳에는 전시관과 도서관을, 청년 유입이 필요한 곳에는 창업공간을 만들었다.

한옥의 독특한 구조나 폐공장의 흔적, 오래된 아파트 등 오래된 공간에 켜켜이 새겨진 이야기를 콘텐츠로 활용했다.

빈집 한 채만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 기존 상권을 연결하거나 새로운 창업공간이 주변으로 확산하면서 지역 전체가 변화하는 계기를 만든 점도 눈길을 끈다.

강원 정선군 폐광촌에서 마을호텔18번가를 운영하는 김진용 이사장은 "마을 재생에서 시설이나 예산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민 간 신뢰"라며 "행정은 주민 대신 사업을 하는 주체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집활용을 인구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주요정책 중 하나로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나강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농어촌 빈집 재생사업은 다양한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귀농귀촌 인구를 위한 정주 여건을 제공하고 소멸위기 지역을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전환하는 데 있어 빈집 재생사업이 핵심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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