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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호우 한달] ① 상처 여전한 거제·통영…"지옥 갔다 온 것 같아"
입력 2026.09.16 12:32수정 2026.09.16 12:32조회수 0댓글0

251명 미귀가·복구는 하세월…피해액 857억원·관광업 타격 클 듯
주민 "다시는 이런 일 없기를"…호우 트라우마에 심리상담도 700건 넘어


[※ 편집자 주 = 광복절 연휴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경남 거제와 통영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도시 곳곳을 할퀸 수마에 주민들은 터전을 잃었고, 지역을 상징하는 시설도 막대한 피해를 봤습니다. 두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주민들은 아직 완전 복구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극한호우 한 달을 맞아 거제와 통영의 피해를 되짚어 보고, 재난 대응책을 살펴보는 기사를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거제·통영=연합뉴스) 정종호 박영민 기자 = 극한호우가 경남 남부지역을 강타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거제와 통영은 수해로 인한 상흔이 지역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이른바 '생활밀착형 시설'의 응급복구가 마무리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거제와 통영은 침수 피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악몽과 같은 수해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토사 유출된 경사면 일대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거제 옥포동 아파트 주변 모습

[촬영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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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복구 완료에도 주민 대피 신세…완전복구는 하세월

16일 경남도에 따르면 거제와 통영지역 도로·하천·상수도 등 '생활밀착형 시설' 피해 3천665건이 모두 응급복구돼 최근 복구율이 100%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가 무색하게도 취재진이 둘러본 거제와 통영지역 수해 현장의 참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호우에 따른 토사 유입으로 사상자 3명이 발생한 거제시 옥포동 아파트 주변은 지난 14일 폭우 당시 빗소리만큼이나 요란한 중장비 소리가 허공으로 퍼졌다.

흙으로 쌓은 임시도로 위에서 굴착기는 토사가 무너져 내린 비탈길과 아파트 주변을 부지런히 오갔다.

복구 과정에서 추가 토사 유입을 막을 방호시설을 옹벽 위에 우선 설치해야 비로소 일대 경사면이 무너지지 않도록 계단 형태로 평탄화할 수 있어 지체할 틈도 없다.

토사가 직접 덮친 아파트 동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은 오는 10월 말까지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 123명(54세대)은 아직 숙박업소나 친척 집을 전전하는 '피난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곳 바로 옆 동에 거주하는 유병일(59) 씨는 "이웃들이 추석에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밖에서 명절을 보내야 할 것 같아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이 아파트 주민을 포함해 거제와 통영지역 주민 251명(127세대)은 수해 한 달이 지난 시점인 현재도 안전진단 또는 복구가 마무리되지 않아 귀가하지 못했다.

전등갓에 들어찬 흙탕물 가리키는 설비업체 관계자

[촬영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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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유시설 복구는 언제 완료될지 더더욱 기약이 없다.

지역 내 상가시설에서는 아직 기초적인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고현동 한 상가 지하에는 여전히 물이 들어차 배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펌프로 물을 퍼내던 한 설비업체 대표 60대 정모 씨는 "물 20t을 빼낸 것 같은데 아직 물이 지하에 있다"며 "이 건물 1층 화장실 전등갓에 흙탕물이 들어차 있는 걸 보면, 호우 당시 엄청난 양의 물이 건물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 주변 상가 지하 곳곳에도 물기가 남아 있었다. 복구 작업에 엄두도 내지 못한 탓인지 흙이 묻은 집기류가 그대로 남아 있는가 하면 벽걸이 에어컨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정도였다.

침수로 직접 피해를 본 상권 건물 주변에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수해 잔해가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인도 점령한 수해 잔해

[촬영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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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통영 피해액 857억원 집계…관광업 타격 클 듯

이번 극한호우로 거제와 통영지역 공공·사유시설 1만8천255건이 피해를 봤다.

피해액은 약 85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복구에 드는 돈은 1천91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피해 발생 원인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거나 피해시설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심의·확정 절차가 필요한 개선복구사업의 향후 반영 여부에 따라 금액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 복구소요액뿐 아니라 관광업계에 미치는 타격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화가 만개해 가을 관광객을 맞이하는 거제식물원 등도 물에 잠겼고, 지역 랜드마크로 꼽히는 '정글돔' 건물 주요 제어 설비도 침수 피해를 봤다.

해마다 이곳 일대에서 열려 관광객 수십만명이 찾는 거제섬꽃축제도 올해는 역대 축제 중에서 처음으로 취소됐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거제 일운면 일원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제18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은 행사장 안전 확보와 피해 복구 등 문제로 열리지 않았다.

앞서 거제시는 국내 최대 규모 해양스포츠 종합축제인 이 제전을 선수단과 시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는 구상까지 세운 바 있다.

이 밖에 봄이면 벚꽃 터널로 상춘객을 맞이하던 통영 '봉숫골 벚꽃길' 등도 이번에 침수 피해를 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는 당분간 관광업 위축을 우려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극한호우에 물이 잠긴 거제섬꽃축제장 온실

[경남 거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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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기를"…주민 심리상담도 700건 이상

지역과 시설을 가리지 않고 덮친 극한호우에 주민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거제시 옥포동 주민 이모(76) 씨는 "폭우 당시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도로가 강처럼 변하고, 차량이 떠내려갔다"며 "당시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해서 '지옥에 갔다 온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어디에서 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호우로 잠시 대피 생활을 한 옥포동 주민 50대 홍모 씨 역시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피해가 이번에 났다"며 "두 번 다시 이 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를 본 통영시 미수동 김용식 통장은 "침수 당시 충격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도 있다"며 "아내도 심리 상담을 받은 뒤 추가 진료를 권유받았다. 갑작스러운 침수 상황이 계속 떠오르고 우울하거나 짜증이 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기준 거제·통영시 등에서 진행한 이번 수해 관련 주민 심리상담 건수는 총 739건(거제 612건·통영 127건)으로 집계됐다.

호우 피해가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심리상담을 받은 주민들이 특히 많았으며 전체 심리상담 주민 가운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주민은 30여명으로 집계됐다.

수해 피해 본 거제지역 주민 현장 심리상담

[경남 거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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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h23@yna.co.kr, ym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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