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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시야에서 사라진 죽음…인류는 어떻게 표현해왔나
입력 2026.08.26 02:34수정 2026.08.26 02:34조회수 0댓글0

죽음 소재 시각 자료 1천여점·에세이 모은 '죽음의 책'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거실을 영어로 '리빙룸'(living room)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살아가는 공간이다. 과거에는 거실보다는 응접실(팔러·parlor)이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 손님을 맞는 응접실은 집에서 장례를 치르던 시절에는 고인을 안치하고 조문객을 맞는 장소였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죽은 이를 애도하는 의례가 가정에서 전문 장례식장으로 옮겨갔다. 미국 여성 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의 제안 등으로 거실을 부르는 명칭도 바뀌었고, 장례식장이 '빈소'(funeral parlor)로 불리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서구를 중심으로 죽음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제는 대부분 사람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고, 장례는 장례식장에서 치른다. 애도 기간도 점차 짧아지고 있다. 동물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이제 동물을 직접 도축하지 않고 깔끔하게 포장된 고기를 사 먹는다.

'죽음의 책'은 제목 그대로 오늘날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죽음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책이다. 죽음을 숙고하는 것을 꺼리는 오늘날과 달리, 인류 역사는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이를 성찰하는 것을 좋은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책은 기원전 6천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시각 자료 1천여점을 컬러로 소개한다. 미술 작품부터 책, 삽화, 엽서, 대중문화 인쇄물, 범죄 현장 미니어처, 연극 무대까지 죽음에 관한 이미지를 망라한다. 죽음과 필멸성을 주제로 한 작품 수집가 리처드 해리스의 소장품 등을 모았다.

죽음의 시각 문화사를 탐구해온 작가이자 큐레이터 조애나 에번스타인이 총괄 편집을 맡아 책을 엮었다. 그를 비롯해 사상가, 예술가, 수집가, 연구자 등 19명이 죽음에 관한 에세이를 실었다.

책은 죽음을 상상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려 한 인류의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책에 실린 죽음에 관한 작품 속에는 역설적으로 생명력이 넘치기도 한다. 죽음이 꼭 공포와 슬픔의 대상인 것도 아니다.

현대 사회 많은 사람이 죽음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음에 관한 표현도 꺼림칙하게 여긴다. 그러나 책은 죽음이 삶의 동반자임을 강조하며, 죽음을 응시하는 것이 삶을 풍성히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를 모티프로 한 작품에도 이러한 인식이 깔려 있다. 죽음을 의인화한 형상인 해골이나 시체가 춤을 추면서 각계각층 사람들을 무덤으로 이끄는 모습을 담은 '죽음의 무도'처럼 죽음이 불가피하고 보편적인 것임을 일깨운다. 이는 라틴어 구절 '카르페 디엠'(Carpe Diem·오늘을 즐겨라)과도 맞닿아 있다.

조애나 에번스타인은 "이 책이 죽음을 우리의 세계에 다시 초대하는 자그마한 제스처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며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그 불가피성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풍성한 삶을 온전히 누리는 데 필요한 요소임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월의봄. 김승진 옮김. 372쪽.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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