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초기에 중요했으나 실전 투입된 2023년 늦봄엔 이미 전장 재편
손상차량·기계 견인하는 '매우 비싼 트랙터'로 전락
전차병 상당수는 드론 조종사로 재훈련

러시아군에 노획된 우크라이나군의 독일제 레오파르트 전차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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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측 지원을 받아 들여왔던 고가의 전차(탱크)들이 전쟁 양상 변화로 실전 사용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제33 독립기계여단을 취재한 르포 기사를 통해 이런 실태를 전했다.
엄청난 기대 속에 우크라이나가 들여온 대당 1천만달러(약 140억원)짜리 전차들에 대해 NYT는 "한때 우크라이나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서방측 무기였으나, 요즘은 숲속에 숨겨져서 하는 일 없이 그냥 놓인 채 거미줄을 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는 전차들이 최근 전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저가형 드론의 공격에 매우 큰 취약점을 드러낸 탓이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최근 "우리는 기갑차를 사실상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어떻게 하면 드론의 이점을 상쇄하고 우리 전차에 새로운 생명을 줄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받은 직후부터 러시아군에 맞서려면 서방제 고성능 탱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서방측에 지원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의 우방국들은 러시아 측의 반발을 우려해 한동안 탱크 지원에 난색을 표하다가 여론의 압력 속에 2023년 1월에 지원을 해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우크라이나군이 제33 독립기계여단을 창설한 목적 중 하나가 서방측이 지원해준 탱크를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탱크들이 전장에 실제로 투입되기 시작한 2023년 늦은 봄에는 전장의 양상이 저가형 드론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인명 살상뿐만 아니라 전차의 취약 부분을 공격하는 데도 드론이 쓰이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에 노획된 우크라이나군의 미제 에이브럼스 전차와 독일제 레오파르트 전차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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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은 드론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전차를 그물망과 보호망으로 덮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 제33 독립기계여단의 한 전차 정비 책임자는 "사람들은 그때 비웃었다. 숯불구이 석쇠 만드는 거냐고.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이런 방식으로 전차에 보호 장구를 씌웠고, 드론 등의 공격을 받을 경우 피해를 줄이는 외부 패널을 추가했다.
그러나 오래되지 않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공격에 중전차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전차가 손상된 기계나 차량을 견인하는 "무척 고가의 트랙터"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도 드론 공격 우려가 줄어드는 악천후 때만 출동한다고 한 전차 포수는 NYT에 말했다.
또 다른 전차병은 전차 내에서 화상을 당한 본인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탱크를 전투에 다시 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에 전차를 몰다가 지상 드론 부대로 옮긴 한 분대장은 "(전차의) 해치를 닫고 몰고 나가면, 돌아올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가 없다"고 드론이 주도하는 전장에서 전차를 운전할 때의 위험을 설명했다.
요즘 제33 독립기계여단은 전차 운전과 전투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약 2주에 한 번 훈련을 하고 있다.
어떤 대대는 절반이 재교육을 받고 드론 조종 인력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최근에 배치된 장병들 중에는 전차를 만져 보지도 못한 경우도 있다.
한 지휘관은 "전차에 여전히 미래가 있다는 확신은 있다"면서도 "다만 무인 전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NYT에 말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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