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적체 해소·기뢰제거 등 변수…"내년 이후에나" 전망도
합의조건 불투명…해협 통제권 등 美·이란 협상에도 악재 잠복

호르무즈 해협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해운 정상화 및 국제 유가 안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한 구체적인 시점과 방안은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에서 기뢰 제거와 선박 운항 재개, 원유 재고 복구 등에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방향의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전 세계 석유·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경우 에너지·물류 시장에 상당한 안도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원유 선물 거래에서는 합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약 4.8%, 브렌트유 선물은 4.3% 하락했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 선물도 약 0.5% 상승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조만간 공식 재개방되더라도 실제 정상화까지는 많은 변수가 남아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페르시아만 해역에 발이 묶인 선박은 약 1천500∼2천척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선박들은 이미 해협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지만 해운업체들은 충분한 안정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정상 운항 재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 고문 모흐센 레자이가 이날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관리하는 것은 "이란의 법적 권리"라고 주장하며 불확실성을 키운 모양새다.
이란이 해협에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뢰 제거 작업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기뢰 제거 함정과 장비를 현장에 배치하는 데만 수주가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보험사들도 선박 호송과 추가 안전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물류 비용 상승과 운송 지연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기업 애드녹의 술탄 알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 전쟁 이전 수준의 80%를 회복하는 데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완전한 정상화는 내년 1분기나 2분기 이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대와 달리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아가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상품 담당 이코노미스트 하마드 후세인은 "석유 시장의 수급 균형이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가격 하락 추세가 나타날 텐데, 이는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휘발유 등 연료 가격은 원유 가격보다 더 늦게 안정될 가능성도 있다. 재고가 고갈된 데다 생산 시설 피해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IEA에 따르면 3∼4월 두 달 동안 재고는 2억5천만배럴 감소하며 기록적인 속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각국 정부와 기업들에 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 각인시키면서 태양광·전기차 등 대체 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선임연구원 레이철 지엠바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틀이 "확전 위험을 줄이고 분쟁 종식 가능성을 높이며 핵심 공급망 재건과 재배치, 재개방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번 합의가 단순한 휴전 연장인지, 아니면 보다 지속적인 해결의 시작점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것은 합의 조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