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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말리 사태와 러시아 개입의 한계…'안보 외주화'의 비극
입력 2026.05.14 12:13수정 2026.05.14 12:13조회수 0댓글0

임기대 부산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장


임기대 부산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장

[임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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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말리 지하디스트 공세

지난 4월 26일 말리 수도 바마코의 아프리카 타워 기념물 근처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4월 25일 발생한 지하디스트 세력의 기습 공격은 말리의 여러 지역을 기습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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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5일, 아프리카 서부 말리의 수도 바마코를 뒤흔든 반정부 집단의 공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사디오 카마라 국방장관이 사망하고 아시미 고이타의 군부 정권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 이번 반정부 집단의 공격은 수도 바마코를 시작으로 중부의 몹티와 세바레, 북부의 가오와 키달에 이르기까지 무려 1천500㎞에 이르는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테러를 넘어 국가 안보 시스템의 전면적인 붕괴를 의미한다.

말리 정세 불안

반정부 집단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디오 카마라 말리 국방장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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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헬 지역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소탕하기 위해 수행된 바르칸(Barkhane) 작전이 2022년 종료됐다. 이를 계기로 이곳에 주둔했던 프랑스군과 유엔군이 완전히 철수했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군부가 정권을 잇따라 거머쥐면서, 이후 사헬 지역에는 새로운 지역주의라는 이름 아래 사헬국가연합(AES)이 탄생했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로 구성된 AES는 쿠데타를 통해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들 군부 정권 국가들은 프랑스군을 축출하고 진정한 주권을 외치며 러시아와 동맹을 선택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아프리카 군단'(Africa Corps·옛 바그너 그룹)을 파트너로 삼아 추진해 온 이른바 '안보 외주화'는 처참한 실패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서방의 개입을 거부하고 러시아라는 대안적 축에 몸을 기댔음에도 불구하고, 말리는 전례 없는 안보 참사를 맞이하며 동맹국이라는 부르키나파소와 니제르 또한 러시아가 자신들을 지켜줄 수 없는 상황에 불안해하고 있다.

말리는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의 쿠데타를 통해 군부가 정권을 잡은 국가이다. 앞서 2012년 이후 심각한 안보 위기에 직면했으며,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에 연계된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 집단이 활발한 활동을 펼친 곳이다. 여기에 더해 북부의 투아레그족이 분리주의 반정부 투쟁을 해왔다.

2021년부터 바그너 그룹이 개입하면서 지역 상황을 변화시켰다. 반(反)프랑스 정서는 극에 달했다. 러시아는 프랑스의 빈자리를 발 빠르게 채워갈 수 있었다. 바르칸 작전 실패 이후 말리 내 반불 정서와 러시아의 전략적 접근이 통한 것이다. 러시아는 인권 문제나 민주적 절차를 따지지 않는 실용적(혹은 무자비한) 군사 지원을 약속하며 군부를 매혹시켰다. 초기 일부 지역 탈환이 가져다준 군부 정권의 자신감과 대중적 지지는 러시아와 든든한 동맹이 될 수 있음도 확인하였다. 문제는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테러 집단과 분리주의 무장단체의 세를 간과한 데서 비롯했다.

니제르 쿠데타 지지자들의 행진

2023년 7월 30일 니제르에서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프랑스는 물러가라, 푸틴 만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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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바그너 그룹이든 아프리카 군단이든, 말리 정부가 맹신했던 러시아식 군사 지원은 현지 지형과 정세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대응은 고도화된 게릴라전과 자살 폭탄 테러 앞에 무기력했다. 과거 프랑스가 구축했던 현지 정보망과 공중 감시 역량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지역 사정에 정통한 투아레그 중심의 아자와드(Azawad) 분리주의 세력(FLA)과 테러 집단인 이슬람무슬림지지그룹(GSIM)의 전술적 결탁은 러시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 상징적 사건이 바로 말리 북부의 전략적 요충지 키달(Kidal)의 피탈이다. FLA에 밀려 아프리카 군단이 키달에서 철수한 것은 러시아엔 치욕을, 말리 군사 정권에겐 뼈아픈 불신을 안겨다 줬다. 사실 위기의 전조는 이미 존재했다. 2024년 GSIM이 바마코의 헌병학교를 습격해 30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사건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테러 세력의 대담함이다.

GSIM은 이번 4월 공격을 통해 러시아가 개입을 중단하고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면, 향후 더욱 무차별적인 공세를 가하겠다는 최후통첩성 경고까지 했다. 분리주의 세력 FLA는 아자와드 지역의 북부는 독립하겠다고 수차례 이상 공언하고 있다. 러시아라는 외부의 힘에 의존해 주권을 지키려 했던 말리의 선택이, 오히려 반정부 세력의 표적을 키우고 국가를 통제 불능의 늪으로 몰아넣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래픽] 아프리카 사헬지역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사헬(Sahel)지역은 세네갈 북부부터 모리타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나이지리아, 차드, 수단(남수단 일부 포함), 에리트레아까지 동서로 긴 띠 모양으로 펼쳐진 지역이다. 0eun@yna.co.kr

과거 프랑스가 사헬 지역에서 처참한 민심 이반을 겪은 이유는 명확했다.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쏟아붓고도 테러 집단 소탕은커녕 지역민의 희생과 빈곤만 가중됐기 때문이다. 2026 세계 테러 지수(GTI)는 말리를 비롯한 AES 지역이 3년 연속 전 세계 테러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수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프랑스가 떠난 자리를 채운 러시아와 말리 군부의 대응은 해방이 아닌 또 다른 공포의 시작이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연구 단체인 무력충돌위치·사건자료 프로젝트(ACLED)에 따르면, 2025년 말리에서 러시아 전투원과 말리 군인들은 최소 918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이는 GSIM 등의 이슬람 극단 단체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 희생자 232명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국가 공권력이 민간인을 보호해야 하는 데 오히려 이들을사지로 몰아넣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내부적인 정치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아시미 고이타 군정은 언론과 비판 세력을 철저히 탄압하며 정당과 시민단체들을 해산시켰다. 군사 정권은 2024년 3월까지 민간에 군정을 이양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25년 7월 군정은 고이타에게 선거 없이 계속 연임할 수 있는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부여하며 독재의 길을 열어줬다. 고립된 군부 정권이 생존을 위해 러시아에 더욱 밀착할수록, 러시아는 이를 교묘히 활용해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부르키나파소와 니제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서방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서아프리카경제연합(ECOWAS)을 탈퇴하고 AES라는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했으나, 그 대가는 고스란히 지역민의 삶과 생명으로 치러지고 있다.

아프리카 말리 지도

[제작 양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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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로 칭송받던 말리는 이제 구조적 모순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식민시대의 유산과 가혹한 기후 환경이라는 고질적 악재 속에, 2011년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유입된 투아레그족 무장 세력과 이슬람 테러 집단의 발흥은 말리의 국가 시스템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프랑스의 개입조차 끝내 실패로 돌아가고 러시아와 동맹이라는 고육책을 택했으나, 작금의 말리는 곳곳에서 국가 실패의 징후만을 드러내며 문제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현 말리 군정과 러시아 아프리카 군단의 결합은 다음 세 가지 지점에서 결정적인 취약성을 드러낸다. 첫째, 대테러 정보력 약화이다. 말리는 프랑스 등 서방과의 결별 이후 대테러 정보망이 붕괴한 상태다. 2022년 이후 테러 집단이 지역에서 더 활성화되고 있는 점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둘째, 통제 불능 수준의 민심 이반이다. 농촌 지역 사회와 군대 간의 불신이 깊어져 테러 조직의 침투가 용이해졌다. 러시아의 민간인 사망자 초래와 군정의 민간인 억압은 지역 사회의 불신을 초래하며 오히려 테러 집단에 운명을 내맡기는 상황이 됐다.

마지막으로 신속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기동력 부재다. 광활한 영토 전역에서 벌어지는 동시다발적인 공세를 저지하기에 현재의 군사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결국 국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안보 진공 상태를 만들고 있다.

결국 현재의 말리 군정이 러시아에 의존하는 안보 외주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이 자명해졌다. 이번 바마코 테러는 반정부 세력이 국가 권력의 심장부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궤를 달리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특히 2023년 탈환했던 북부 요충지 키달의 재피탈은 말리 정세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벌써 군부 정권의 제2 거점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가오마저 반군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오 인근의 군사 요충지 테살리트(Tessalit)는 이미 GSIM에게 넘어갔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군사적 역량이 정보력과 기동력 모두에서 낙제점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러시아는 과거 프랑스나 미국이 보유했던 정교한 정보 자산과 광활한 사헬 지역을 통제할 공군력을 갖추지 못했다. 비록 말리 군정이 튀르키예산 드론을 도입하며 공백을 메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이 광활한 전장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는 반정부 집단에 활동의 자유를 선사했다. 승기를 잡은 반군 단체들은 가오와 팀북투, 메나카를 장악할 것이라 공언하며 러시아의 퇴출을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가 떠난 빈자리를 러시아가 채웠지만, 말리를 비롯한 사헬 지역의 총성은 잦아들기는커녕 더 거세게 울려 퍼지고 있다. 외부 용병의 힘을 빌려 정권을 연명하려 했던 군부 정권의 위태로운 줄타기는 끝내 정보력과 기동력의 뼈아픈 한계만을 노출하고 있다. 이는 국가 권력의 심장부마저 테러 세력에 내어주는 자충수가 됐다. 권력 연장을 위해 안보 외주화에 의존한 정권의 오판과 강대국의 지정학적 대리전 속에서, 한때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모범이었던 말리는 자칫 국가 시스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임기대 교수

현 부산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및 중앙도서관장, 프랑스 파리7대학 박사(언어역사인식론), 저서 '베르베르문명', '7인 7색 아프리카' 외 다수. 한국프랑스어권아프리카학회장과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HK)3.0 과제 주관연구소 연구 책임자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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