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 톰킨스의 거침없던 삶…신간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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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노스페이스 창립자 더그 톰킨스는 또 다른 의류 브랜드 에스프리를 일 년에 10억 달러(약 1조5천억원) 가까이 벌어들이는 기업으로 키운 뒤 마흔아홉이 되던 해에 돌연 자산을 정리하고 칠레 산악지대 파타고니아 오지로 향한다.
자신이 만든 패션 제국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에스프리 지분을 매각한 뒤 전기도 수도도 없는 파타고니아의 외딴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긴 것이다. 그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은행가 중 한명이 '그래서, 더그, 이 많은 돈으로 뭘 할 겁니까?'라고 물었죠. 더그는 말했어요. '당신들이 저지른 일들을 모두 되돌려놓으려고요."
탐사 저널리스트 조너선 프랭클린이 쓴 신간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는 패션계 거물에서 환경운동가로 거듭난 더그 톰킨스의 거침없던 삶을 한편의 모험소설처럼 생생하게 되살려낸 책이다.
암벽등반과 하이킹, 야영을 즐기며 자연 속에 자주 머물렀던 톰킨스는 성공의 정점에서 화려한 삶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신이 돈을 벌며 일으킨 환경 파괴를 되돌리고 야생지를 보호하는 데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광활한 대지를 구하겠다는 꿈을 품고 전례 없는 계획을 세운다.
자연 파괴가 진행되는 파타고니아의 땅을 대규모로 사들여 국립공원으로 조성한 뒤 국가에 통째로 기증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직접 경비행기를 몰며 매입할 땅을 찾아나섰고 조용히 땅을 매입해 나갔다.
그러나 톰킨스는 2015년 칠레의 한 호수에서 카약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사후 마침내 칠레 국립공원 협약이 성사된다. 톰킨스 자연보호재단은 100만 에이커에 이르는 땅을 칠레 정부에 기증했고, 칠레 정부는 여기에 정부 소유의 토지 1천만 에이커를 묶어 국립공원 다섯 곳을 새로 만들고 세 곳을 확장하기로 한다.
톰킨스는 틀을 깨는 것을 좋아하고, 거친 자연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모험을 즐긴 사람이었다. 1960년대 초 스물한살에 노스페이스를 창업한 그는 몇 년 뒤 폭발적 성장세에 있던 이 브랜드를 헐값에 매각한 뒤 친구들과 차를 몰고 남아메리카를 가로지르는 야생의 모험을 떠나기도 했다.
최신식 스키와 등산 장비, 의류 등을 판매하던 매장으로 시작한 노스페이스 브랜드명에는 톰킨스의 이 같은 기질과 그가 중요시했던 인생의 가치가 그대로 담겨있다. '노스페이스'는 산의 북쪽 면, 가장 거칠고 까다로운 등반 루트를 뜻한다.
"남쪽 면은 사람들이 자주 올라다녀서 눈이 더 부드럽고 햇빛 때문에 더 따뜻하거든요. 난 어려운 면이 더 좋아요. 거칠고 얼어붙은 면이요. 노스페이스가 더 까다로운 도전 과제죠. 난 인생에서도 바로 그 길을 택합니다."
책은 모순과 결점투성이였던 불완전한 한 인간이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삶을 걸었을 때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준다.
복복서가. 강동혁 옮김. 5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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