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룬다티 로이 회고록…2025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인도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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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내가 엄마를 떠난 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속 사랑하기 위해서였다. 엄마 곁에 머물렀다면 그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1997년 26세 나이에 부커상을 받은 인도 출신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자전적 에세이 '어머니 내게 오시네'가 번역 출간됐다.
그는 부커상 수상작인 '작은 것들의 신'과 '지복의 성자'를 쓴 세계적 소설가이자, 여러 논픽션 작품을 통해 인도 사회의 계급적 모순과 가부장적 억압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사회운동가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계기는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인도의 케랄라에 '팔리쿠담'이라는 학교를 세운 메리 로이.
작가는 무일푼 미혼모에서 저명한 교육자가 된 진보적이고 담대한 여성을 추억하며 글을 써 내려간다.
하지만 사무치는 그리움만으로 쓴 책은 아니다. 어머니의 강인한 카리스마 뒤에는 분노조절장애가 있었고, 어머니는 가시 돋친 말로 자녀들의 가슴에 무수히 많은 상처를 남겼다.
작가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존경, 두려움, 사랑과 증오가 뒤엉킨 복잡한 감정으로 응시한다.

'어머니 내게 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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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을 계기로 열여덟의 나이에 어머니 곁을 떠난 로이는 자신의 새로운 자아상을 탐색한다.
건축학교를 졸업한 뒤 우연한 기회에 영화배우가 되고, 영화감독과 결혼을 하고 시나리오 작가로서 경력을 쌓다가 문학의 길로 들어선다.
긴 세월 어머니와 거리를 두고 살았지만, 그는 자신의 작가적 기원을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발견한다.
어머니라는 존재를 이해하려는 노력, 그 복잡한 내면을 상상하려는 시도가 곧 소설가로서 훈련의 과정이었다는 것.
"어쩌면 나는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는 딸이기보다는 가장 매혹적인 주제를 잃은 작가로서 더 깊이 애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 속에서 나의 엄마, 나의 마피아는 살아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나의 안식처이자 폭풍이었다."
로이는 생의 변곡점마다 어머니가 물려준 정신을 떠올린다.
자신에게 '렛 잇 비(순리에 따르라)'라고 하지 않았던 사람. 죽을 때까지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미치광이 같고, 예측 불가능하며, 자유롭고, 강인한 여성.
한 개인의 내밀한 가족사와 격랑의 인도 현대사가 교차하는 회고록이자, 한 편의 성장소설처럼 읽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책으로 2025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회고록 부문을 수상했다.
문학동네. 민승남 옮김. 4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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