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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프리카"…홍대 달군 DJ 숙스 '딥하우스' 국경 허물다
입력 2026.04.05 11:54수정 2026.04.05 11:54조회수 0댓글0

첫 내한 공연서 1시간가량 무대 올라 관객과 호흡…수백명 열광


남아공 '딥하우스' 선보이는 DJ 숙스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에스와티니 출신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DJ 겸 프로듀서 '숙스'가 5일 새벽 서울 마포구의 한 유명 클럽에서 연 첫 내한 공연에서 '딥하우스'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2026.4.6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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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4일 자정 무렵,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의 한 유명 클럽 입구 앞은 쌀쌀한 밤공기 속에서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대로 향하려는 관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국적을 불문하고 한곳에 모인 이들은 젊음의 거리 한복판에서 펼쳐진 아프리카 대륙의 심장 박동을 듣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에스와티니 출신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DJ 겸 프로듀서 '숙스'(!Sooks)의 첫 내한 공연 무대는 단순한 클럽 파티를 넘어 아프리카 문화·음악이 서울의 밤과 결합한 '우분투'(반투어로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 그 자체였다.

본격적인 무대에 앞선 사전 행사는 4일 오후 10시 옥상 루프톱에서 먼저 시작됐다. 루프톱에 마련된 서브 스테이지에서는 밝고 경쾌한 느낌의 '아프로 하우스' 비트가 울려 퍼지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루프톱 공연장 한편은 마치 작은 아프리카 축제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아프리카 특유의 브레이드 헤어피스(가발) 공예 부스가 마련됐고, 남아공 현지의 맛을 살린 음식과 주요 DJ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 티셔츠도 판매됐다.

5일 오전 1시 30분이 되자 루프톱 바로 아래층인 5층 메인 스테이지에 숙스가 등장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수백명의 환호 속에 숙스가 허공을 향해 주먹을 힘껏 흔들자 팬들도 주먹을 뻗으며 화답했다.

숙스는 정교하게 기계 조작에 몰두하며 소리의 층을 쌓아 올렸다. 맨 앞줄 관객들과는 친근하게 악수하며 교감했다.

'딥하우스' 특유의 몽환적이고 정교한 비트가 흘러나오자 객석 곳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아프리카 음악을 떠올릴 때 먼저 언급되는 원색적인 의상이나 격렬한 춤사위 대신 눈을 감고 미세하게 쪼개지는 비트의 결을 따라 몸을 맡기며 자연스럽게 춤에 빠져들었다.

남아공서 활동하는 DJ 숙스 첫 내한 공연 관람하는 관객들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에스와티니 출신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DJ 겸 프로듀서 '숙스'가 5일 새벽 서울 마포구의 한 유명 클럽에서 연 첫 내한 공연에 참석한 관객들이 사진과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2026.4.6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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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바로 숙스가 지향하는 '시네마틱 딥하우스'다. 1980년대 미국 시카고에서 태동한 전자음악 딥하우스가 아프리카 대륙 특유의 원초적 리듬과 결합해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아프로팝 댄서로 활동하는 정겨운(33)·박근주(32) 씨는 "아프리카 음악 특유의 원초적인 느낌이 있다"며 "한국의 전통 타악기나 북을 칠 때처럼 가슴을 강하게 울리는 에너지가 남아공의 춤 장르와 깊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출신으로 4년 전부터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는 진흘 마넬리(30) 씨에게 이날 밤은 특별한 위로의 시간으로 다가왔다.

마넬리 씨는 "남아공에서는 택시, 라디오, 학교 등 일상 어디에나 하우스 음악이 있다"며 "숙스의 음악은 단순히 춤을 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음악이 층층이 쌓이며 영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여행 같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서아프리카 기니 출신으로 한국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마마두(31) 씨 역시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타국에서 아프리카 음악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오늘 밤 여기가 바로 아프리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국내외 관객들의 호응 뒤에는 이번 공연 기획을 총괄한 아프리카 기반 하우스 음악 브랜드 '이시끼'(ISIGQI) 배주은(활동명 베이주 배)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배 대표는 "아프리카 음악은 현대 모든 음악의 뿌리"라며 "남아공에서 받은 거대한 감명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는데 편견 없이 마음을 열어준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딥하우스'로 한국 관객들과 소통하는 DJ 숙스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에스와티니 출신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DJ 겸 프로듀서 '숙스'가 5일 새벽 서울 마포구의 한 유명 클럽에서 연 첫 내한 공연에서 '딥하우스' 음악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2026.4.6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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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후 연합뉴스와 만난 숙스의 얼굴에는 피로감 대신 설렘과 떨림이 가득한 듯한 모습이 서려 있었다. 그는 한국 관객들과의 교감, 현대 아프리카 음악에 대한 철학 등을 이야기했다.

숙스는 "한마디로 초현실적이었다. 음악이 얼마나 멀리 여행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며 "단순히 흘려듣는 게 아니라 소리의 미세한 변화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한국 관객들의 집중력에 놀랐다. 덕분에 저도 더 깊이 빠져들어 연주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관객들과 눈을 맞추는 순간들을 통해 쌍방향 에너지를 느끼면서 음악을 통해 우리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됐다"며 "일방적으로 공연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연결되는 게 제 음악의 철학이자 우분투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음악에 관해서는 "전통에만 머물지 않고 전 세계와 함께 진화하며 앞서 나가는 현재 진행형의 아프리카"라며 "하나의 사운드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게 아프리카 전자음악의 힘"이라고 말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숙스의 무대에 이어 여러 DJ가 참여한 공연은 오전 5시까지 진행됐다. 숙스와 수백명의 관객들은 언어와 피부색은 달라도 같은 리듬 안에서 서로의 심장 박동을 공유했다.

숙스가 선보인 이 무대는 더 이상 빈곤과 분쟁 등으로만 부각되는 대륙이 아닌 전 세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가능성을 지닌 아프리카의 미래를 보여준 시간이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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