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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으로 본 골드베르크 변주곡…"수학적 아름다움 깃든 곡"
입력 2026.03.23 05:31수정 2026.03.23 05:31조회수 1댓글0

피아니스트 한지호 리사이틀…건축물처럼 쌓아 올린 바흐의 선율
뇌과학자 정재승과 대담도…"바흐 곡은 전두엽 자극해 예측성 부여"
"구조적 짜임새 속에서 자유로운 연주…감정과 몰입도 중요"


관객에 인사하는 한지호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피아니스트 한지호가 21일 예술의전당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를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3.21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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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처럼 구조적 안정감이 큰 곡을 들으면 뇌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나요."(한지호)

"뇌는 음악을 들으며 다음 음을 예측하는데, 적절한 예측 가능성이 있을 때 가장 흥미롭고, 집중하게 됩니다. 그게 바흐와 비틀스의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정재승)

지난 21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한지호 피아노 리사이틀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의 음악이 지닌 구조적 아름다움과 뇌과학적 분석이 클래식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무대였다.

이날 공연은 단순한 피아노 독주회를 넘어, 피아니스트와 뇌과학자의 대담이 더해지며 음악과 과학, 예술과 인간의 내면이 교차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공연은 바흐의 걸작인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 연주로 시작됐다. 아리아로 시작해 서른 개의 변주를 거쳐 다시 처음의 아리아로 돌아오는 90분의 대장정이었다. 피아노와 '물아일체'가 된 한지호는 깊은 몰입과 섬세한 터치로 바흐의 음악적 건축물을 무대 위에 세웠다. 연주가 끝난 후 객석에는 경외와 감동이 교차하는 침묵이 수초간 흘렀다.

연주 직후 이어진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와의 대담에서 한지호는 "90분간 완전히 몰입해 머리가 비어있는 상태가 진하게 남아 (어떻게 연주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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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에선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구조적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이 작품은 32개의 음으로 구성된 아리아로 시작한 뒤 그 음을 바탕으로 30개의 변주가 이어진다. 마지막에 다시 처음의 아리아로 돌아와 총 32개의 곡으로 마무리되는 구조다.

정 교수는 "각 곡은 다시 반으로 나뉘고, 3개씩 묶여 캐논처럼 반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반복과 대칭, 변형이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짜여 있어서 마치 '에서의 계단'처럼 무한 반복되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수학적 아름다움이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한지호도 "바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90분간 아낌없이 쏟아낸 걸작"이라며 "구조적으로도 매우 짜임새 있지만, 그 안에 바흐의 인간적인 고뇌, 경건함, 즐거움, 경쾌함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다"고 부연했다.

두 사람은 음악이 뇌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정 교수는 "모차르트 곡은 청각과 쾌락 중추를 활성화해 기쁨을 주고, 쇼팽 곡은 정서적 영역을 많이 자극하는 반면 바흐 곡은 전두엽을 자극해 다음 상황을 예측하게 만든다"며 "공부할 때 바흐 곡을 들으면 집중이 잘 안되고, 오히려 음악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한지호 역시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위로가 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며 "결국 음악이 뇌를 통해 감정을 정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공감을 표했다.

피아니스트와 뇌과학자의 만남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21일 예술의전당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2026.03.21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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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수학 이론처럼 정교하게 짜인 이 작품이 수많은 피아니스트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얼까. 이에 대한 한지호의 명쾌한 대답에 관객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연주할 때마다 곡이 다르게 느껴져요. 구조적으로 잘 짜여 있지만, 그 안에서 연주자에게 자유로움을 줍니다. 그래서 연주 중에는 분석보다는 감정과 몰입이 더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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