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전업자녀' 표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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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전업자녀는 이제 더는 청년 그룹의 일탈 카드로만 치부할 수 없는 현상이다. 어쩌면 엄중한 시대 변화에 맞서 더 잘 살아내려는 처절한 몸부림의 생활 모델에 가깝다."
한국사회는 저성장, 고물가, 인구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 들어섰다. 과거 인구 증가와 교육열, 우수인재 공급이 고도성장으로 이어지던 시대는 끝났다.
저성장 시대에 취업난, 주거난으로 독립이 어려워진 청년 세대는 부모 곁을 떠나지 않거나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부모 세대도 자녀와 함께 살며 지원을 통해 위험을 분담하고 싶어 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신가족유형이 '전업자녀'다.
인구전문가인 사회경제학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신간 '전업자녀'(한국경제신문)에서 이러한 가족 모델이 왜 등장했고, 그들은 누구인지, 또 우리 사회가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지 분석한다.
통계에서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지만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은 70만명에 육박한다. 저자는 이들 중 상당수가 전업자녀일 수 있으며, 부모와 동거하는 20∼30대까지 광의의 전업자녀로 보면 그 수가 최대 800만명 가량이라고 본다.
전업자녀는 은둔형 외톨이나 캥거루족과 달리 부모와 자녀 간 상호이익에 기반한 '세대 간 분업 모델'로 이해될 수 있다. 자녀는 부모의 경제적, 정서적 보호 아래 장기적인 역량 축적과 재도전의 시간을 확보하고, 부모는 가사, 돌봄 부담을 덜고 미래의 고령화 리스크에 대비하는 구조다.
한국보다 먼저 수축경제가 지배한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경로를 겪었다. 제반 환경을 보면 한국에서는 이것이 유력한 메가트렌드로 안착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전업자녀는 가족해체보다 가족진화로 봐야 합리적이다. 악화된 시대가 낳은 결핍과 부재를 새로운 가족의 역할로 분담하며 상생효과를 꾀해서다."
성인이라고 꼭 독립하라는 법은 없다는 가치관의 변화도 전업자녀의 증가를 추동한다.
청년 세대는 부모 세대가 성인이 되면 응당 이행해야 할 과업으로 인식했던 경제독립, 주거독립, 결혼, 출산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X세대 엄마'는 이전의 규범을 따라 자녀가 독립해 밖에서 위험하기보다 안에서 행복한 길을 지지한다.
저자는 전업자녀는 이제 막을 수 없는 엄연한 시대 현상에 가깝다며 이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기기보다는 기회로 보고 호재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초고령화 시대에 예고된 노후 돌봄, 가사·간병 분담 문제에 있어 전업자녀가 일종의 가족복지 안전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늙어가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돈을 움켜쥐고 쓰지 않아 투자, 소비의 순환경제가 멈춰서는 현상에 있어서도 전업자녀가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시된다. 부모의 자산이 자녀의 '활동자금'으로 투입되면 현재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가족 지형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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