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여객기참사 엔진 충돌은 '가창오리'인데 항철위 조사는 '흰뺨검둥오리'
특수단, 조사 과정 미비점도 수사선상에…'90일 내 결과' 총력

가창오리 군무
가창오리는 겨울철 금강호와 영암호를 중심으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철새다. 전 세계에 50만∼70만 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되며, 80% 이상이 겨울마다 한국을 방문한다.
무리를 짓는 성향이 강해 수십만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올라 화려한 군무를 펼치기도 한다. 한국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비경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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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12·29 여객기 참사' 직후 관계 당국이 수행한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가 엉뚱한 시기에 엉뚱한 대상을 놓고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참사 원인뿐 아니라 사후 조사 과정의 적절성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같은 '부실 조사' 의혹 역시 규명될지 주목된다.
1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한국환경생태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무안공항 조류활동 조사분석 및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보고서는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겨울 철새 '가창오리'가 아닌 사계절 텃새 '흰뺨검둥오리'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참사 당시 기체 엔진에서는 가창오리 혈흔이 발견됐다. 하지만 정작 조사는 가창오리가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떠나기 시작한 이듬해 3월 말부터 넉 달간 진행됐다. 연구진은 가창오리 대신 흰뺨검둥오리 10마리를 포획해 위치추적기를 달고 이동 패턴을 분석했다.
문제는 두 종의 생태적 특성이 판이하다는 점이다. 흰뺨검둥오리는 주행성이며 크기가 60㎝, 무게 1㎏ 정도인 반면,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가창오리는 야행성에 크기 40㎝, 무게 0.5㎏ 안팎으로 훨씬 작고 빠르다.
전문가들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사로 보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우신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계절마다 오는 새가 다르고 지역마다 생태적 특성이 다르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조사 시기를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류생태 전문가인 최원석 박사도 "가창오리는 금강부터 영암호까지 광범위하게 이동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특성을 보려면 장기간 조사해야 한다"며 "특히 봄은 새에게 번식기라 움직임 자체가 적어져 조사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가창오리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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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직속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이 보고서를 포함해 현재 1만여쪽 분량의 수사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등 시설 결함뿐 아니라, 참사 원인조사 과정에 미비점은 없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엉뚱한 조사를 한 보고서가 원인 규명에 혼선을 준 것은 아닌지, 조사 태만은 없었는지 등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단은 지난 11일 유가족협의회와 면담하며 90일 이내에 수사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45명에 대해 중대시민재해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필요한 자료는 모두 보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사고기 잔해 살펴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무안=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12일 무안국제공항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기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2026.2.12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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