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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일간 태평양 떠다닌 소년의 환상…박정민 '라이프 오브 파이'
입력 2025.12.05 03:59수정 2025.12.05 03:59조회수 0댓글0

마텔 소설 원작 공연, 국내 초연…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퍼펫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1978년 멕시코의 한 병실에 누워있는 파이는 기적의 소년이다.

태평양을 건너던 배가 난파한 이후 무려 227일간 바다에서 표류한 끝에 생존했다.

선박 사고를 조사하는 오카모토가 파이를 찾아와 그간 벌어진 일에 대한 설명을 요청한다. 그러자 파이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 2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소년 파이가 겪은 생존기를 무대에서 재현한 공연이다.

캐나다 작가 얀 마텔에게 맨부커상을 안긴 소설 '파이 이야기'가 원작이다. 이안 감독이 2012년 제작한 영화로도 널리 알려졌다.

공연은 원작의 줄거리를 따라간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가정에서 태어난 파이가 부모를 따라 배를 타고 캐나다로 향하던 중, 폭풍우를 만나 태평양에서 표류하게 된다. 파이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가던 동물들도 파이가 탄 구명보트에 올라타면서 그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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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환상과 같은 이야기는 여러 무대 연출을 통해 구현됐다.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벵골 호랑이를 비롯해 기린, 오랑우탄, 하이에나, 얼룩말 등 다양한 동물들이 퍼펫으로 재현되며 무대를 채웠다. 퍼펫티어(puppeteer·인형을 부리는 배우들)는 호랑이의 포효와 바다를 헤엄치는 거북의 발짓 등을 세심하게 표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때로는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파이를 위협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영상과 조명, 음악도 주요하게 쓰였다. 무대 바닥까지 활용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표현하는 한편, 자막 등을 통해 캐나다로 향하는 여정을 집약해 보여줬다. 병실, 인도의 동물원, 시장, 배, 바다 위 등의 공간을 전환하는 연출도 눈에 띄었다. 연극, 뮤지컬이 아닌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한 공연은 퍼펫,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무대 장치를 동원해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관객들은 몰입한 듯 하이에나가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장면에서 탄식을 뱉었다.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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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의 내면에 보다 집중한 점도 특징이었다. 영화가 대립하다가 공존해가는 파이와 리처드 파커의 관계에 분량을 할애했다면, 공연은 그보다는 채식주의자인 파이가 생존을 위해 바다거북이 사냥에 나서는 등 그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만큼 파이를 연기한 배우의 역할이 막중했다. 8년 만에 공연 무대에 오른 박정민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해설자부터 순수한 소년, 살아남은 뒤 외상후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듯한 모습까지 오가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절박한 상황에서 외치는 대사에 객석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극 중 파이가 이야기를 끝마치자 오카모토는 이를 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파이의 이야기는 진실일까, 꾸며낸 환상일까. 공연은 파이의 대답을 통해 믿음과 이야기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막을 내린다.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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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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