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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입력 2025.11.02 03:24수정 2025.11.02 03:24조회수 0댓글0

한화오션이 건조한 잠수함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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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핵추진 잠수함(핵잠)은 원자로 열(熱)로 만들어진 수증기를 이용해 추진 터빈을 돌리는 방식으로 운항한다. 공기 공급이 필요 없어 수개월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수중 속도는 시속 50km 안팎이고, 잠항 심도는 400m 내외에 이른다. 연료 교체주기는 10년 이상이다. 핵잠은 장시간 잠항과 고속 기동이 가능해 적의 탐지를 피하면서 작전을 지속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6개국만이 실전 배치 중이다.

한국은 '장보고-Ⅲ 배치-Ⅲ' 사업을 통해 독자형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기로 했다. 배수량은 5천t 이상, 동력원은 소형모듈원자로(SMR)로 설계 중이다. 연료는 미국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사실상 결정됐고, 우라늄 농축도는 20% 이하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4척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건조 기간은 10년 이상, 실전 배치는 2030년대 중반 이후로 예상된다. 기존 3천t급 디젤잠수함의 잠항 능력이 열흘 남짓인 데 비해 핵잠은 수개월 작전이 가능하다.

한국형 핵잠 추진의 돌파구는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장 핵잠 건조를 위해 연료 공급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1974년 한미 원자력협정 체계 아래 제한돼왔던 농축연료 공급 문제를 해소한 것이다. 양국은 협정 개정보다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내용의 팩트시트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에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잠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잠 건조는 한화오션이 주도한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Ⅰ·Ⅱ·Ⅲ형 잠수함을 모두 건조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드라이독 2기를 갖춘 조선기지다. 하지만 상업용 선박 중심이었던 이 조선소가 핵잠 건조 역량을 갖추려면 시설 확충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경쟁사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에 강점을 지녔다. 두 회사는 이미 수상함과 잠수함 수출 사업을 분담하는 '원팀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주변국 반응은 신중하다. 중국은 "한미가 핵 비확산 의무를 다하길 희망한다"고 했고, 호주는 오커스(AUKUS) 핵잠 사업의 미국 인력 분산을 우려했다. 일본의 언론들은 "한국의 핵잠 승인으로 일본 내 핵잠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과제는 제도적 안정화다. 핵연료 관리와 비확산 규범 준수, 한미협정 조정, 원자로 안전인증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필라델피아 조선소의 기술역량 확보와 한미 간 협력방안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핵연료 주기 기술과 원자력 추진체계를 실전에서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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