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전회 후 첫 순방서 다목적 포석…'올해 취임' 한미일 정상과 양자회담
전승절 등서 반서방 세력 결집 해와…각국 겨냥 '자국 시장 무기화' 가능성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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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참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서 '다자주의 수호'를 주창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국 방문은 최근 향후 5년간의 발전계획을 논의하는 등 국내 정치 이벤트를 마무리한 뒤 이뤄지는 시 주석의 첫 순방이며, 시 주석은 이 기간 올해 취임한 한미 정상과 연쇄 회담하는 등 여러 포석을 두고 있다.

[그래픽] 미·중 정상 국빈 방한 주요 일정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29일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대통령실은 국빈방문 형태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별 제작한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한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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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SCO·열병식 이어 APEC서도 '다자주의'…美 견제 시도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등을 통해 반서방 세력을 결집하고 다자주의를 내세웠던 시 주석은 이번 APEC 행사장에서도 다자주의 강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오는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 참석해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국 정상으로서 연설하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의 새로운 장을 함께 계획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인민일보는 이날 '아시아태평양 협력의 새로운 청사진을 함께 그린다' 제하 기사에서 시 주석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과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 개선 등에 대한 중국 견해를 밝힐 것이며 이에 대한 각국 기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설은 미국이 일방적 관세정책을 밀어붙이며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고 다자기구에서도 발을 빼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 후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출국한 가운데 이뤄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강조하는 가운데, 정작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 다자기구인 APEC 본회의에서는 미국을 '일방주의'로 비판해온 시 주석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중국은 앞서 8월 31일∼9월 1일 톈진에서 열린 중국·러시아 주도 국제기구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주권 평등과 다자주의 등을 내세운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주도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뒤이어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올라 외형적으로 '북중러 연대'의 모습을 연출했다.
시 주석은 열병식 후 리셉션에서 미국을 겨냥해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으로 돌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인류 운명공동체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북중러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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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지정학적 갈등 고조 속…한미일 정상과 연쇄 회동 전망
시 주석으로서는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올해 취임한 한미 정상을 연쇄적으로 만난다는 의미도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30일), 이재명 대통령(11월 1일)과 회담할 예정이며, 31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의 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이 당초 APEC 정상회의 전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공을 들였지만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방중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양측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데탕트'를 통해 상황을 관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양측이 이미 25∼26일 말레이시아 고위급 협상에서 프레임워크(기본틀)를 마련한 만큼, 이번 협상에서 빈손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2018년 무역전쟁 때와는 달리 미국과 외견상 대등하게 협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성과가 될 수 있다.
또 이번 방한은 미국의 동맹이자 중국의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이 미국 쪽으로 과도하게 밀착할 가능성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4년 7월 방한했지만 이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한국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방한을 미룬 바 있는데, 이번에 11년 만에 방한하게 됐다.
최근 미중 간 경제·군사·지정학적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만큼,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밀착하지 말도록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인민일보 기고를 통해 "한중관계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하는 중요한 시기에 들어섰다"면서 "(한국이 한중 관계에서 제3국의) 간섭을 배제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최근 취임한 사나에 총리와의 상견례가 될 수 있고, 미국이 전통적 우방인 캐나다와 관세 문제로 갈등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캐나다 정상이 만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중국공산당이 최근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에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논의한 가운데, 각국에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시장'을 무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신문망은 "APEC 정상회의가 시작되면서 세계의 이목이 아시아태평양으로 집중되고 있고 중국의 정상외교도 다시 한번 주변국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방들이 운집한 다자회의, 다자무대상의 양자 만남, 혹은 우호를 심화하는 한국 국빈 방문 등에서 중국이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최신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재명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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