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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88)여전한 말라리아 공포…기후위기에 더 무섭다
입력 2025.10.20 12:14수정 2025.10.20 12:14조회수 0댓글0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올해 6월 아프리카 기후난민 취재차 서아프리카 카메룬과 니제르를 찾았을 때 걱정거리 중 하나가 말라리아였다.

말라리아 치료제에 1인용 모기장까지 챙겼지만, 말라리아를 감염시키는 모기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니제르 수도 니제의 호텔에서 모기에 여러 번 물렸고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다행히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말라리아는 인류를 오랫동안 위협해온 대표적인 감염병이다.

감염되면 몸살, 발열,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열대 지방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30%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아프리카 케냐의 모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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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프리카는 말라리아에 크게 고통을 받은 대륙이다.

아프리카 중부의 콩고 열대우림과 그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말라리아가 퍼지면서 많은 주민이 희생됐다.

하지만 말라리아는 역사적으로 유럽 열강의 아프리카 내 식민지 확장을 지체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역사학자 존 아일리프는 저서 '아프리카의 역사'에서 19세기 느리게 진행되던 유럽의 아프리카 침투가 1870년대 후반 치열한 영토 쟁탈전으로 바뀐 기술적 요인으로 기관총 개발과 말라리아 사망률 하락을 꼽았다.

말라리아는 19세기 초 서아프리카에서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현지 체류 유럽인의 절반가량을 숨지게 했다.

그러나 1850년대 키니네 예방법 도입으로 말라리아 사망률이 약 80% 감소하면서 유럽 열강의 아프리카 군사작전에 탄력이 붙었다고 책은 설명했다.

키니네는 남미 안데스가 원산인 킨키나 나무의 성분으로 만든 약이다.

1820년 프랑스의 화학자 피에르 펠티에가 킨키나 나무의 껍질에서 키니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키니네 추출법이 공개된 뒤 유럽에서 말라리아 치료 약이 대량으로 보급될 수 있었다.

말라리아에 대한 내성이 없던 유럽인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을 비롯한 아프리카 내륙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현대 들어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시아 등 지구촌 곳곳에서 말라리아 감염자가 크게 줄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말라리아 예방 백신을 접종받는 어린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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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도 말라리아 발병률이 낮아지는 추세지만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3년 아프리카에서 보고된 말라리아 감염자는 2억4천600만명으로, 전 세계 말라리아 감염자의 94%를 차지했다.

말라리아 감염자의 국가별 비중을 살펴보면 나이지리아가 25.9%로 가장 크다.

그다음으로 콩고민주공화국(12.6%), 우간다(4.8%), 에티오피아(3.6%), 모잠비크(3.5%) 등 순이다.

그해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로 숨진 사람은 56만9천명으로 전 세계 말라리아 사망자의 95%나 됐다.

아프리카 말라리아 사망자의 약 76%는 5세 미만 어린이다.

의료 여건이 열악한 아프리카 빈곤국 주민들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구하기 쉽지 않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의 의료 시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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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는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지난해 발표한 '말라리아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 예측'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등 극단적 자연재해로 2030∼2049년 말라리아 사망자가 55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습도가 높아지면 모기가 서식하기 더욱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말라리아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지난 6월 23일 짐바브웨 보건아동복지부는 올해 들어 말라리아로 최소 317명이 숨지면서 말라리아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51명)의 6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WHO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 민주콩고, 우간다, 말리, 카메룬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는 말라리아 감염자가 많이 증가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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