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치 0.25℃ 경신…확률 1%도 안되는 해수면 과열
초강력 태풍·폭염 우려…선박연료 변화·중국 환경정책 등 원인 추정

북태평양 인접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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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지난 7월∼9월 사이 북태평양 해수 온도가 종전 최고치 기록을 뛰어넘어 기상 관측 기록상 가장 더운 여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BBC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기존 최고치인 2022년 같은 기간 때보다 섭씨 0.25도 높다.
기후 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올해 8월 북태평양 해수 온도는 이를 감안해도 이례적으로 높다.
실제 버클리 어스 그룹이 내놓은 기후 모델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에 기록한 북태평양 해수 온도가 어떤 특정한 해에 발생할 확률은 1% 미만이다.
일각에서는 올여름 북태평양에서 바람이 예년보다 약하게 불어 해수면 온도가 높아졌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러한 급격한 해수면 온도 상승을 설명하기는 무리라고 BBC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해수면 온도 상승을 둘러싼 여러 가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일부 전문가는 최근 전 세계 선박 연료 정책 변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를 본격 시행했다.
이로 인해 인체에 해로운 황 배출이 크게 줄었지만, 다량의 황이 에어로졸 형태로 햇빛을 반사함으로써 해수면 온도 상승을 억제해왔던 현상도 사라져 지구 온난화 현상이 직접적으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올해 기록적 폭염을 기록한 일본 교토의 모습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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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기오염 정화 노력이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소 소속 베이른 삼셋 팀이 지난 7월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내놓은 논문에 따르면 중국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며 황과 비슷하게 해수면 온도 상승을 억제하던 미세먼지의 역할을 과거보다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아울러 중국의 대기오염 정화 공정으로 의도치 않게 바닷물이 뜨거워지는 현상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논문은 추정했다.
BBC는 올여름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은 이미 일본·한국의 기록적 폭염, 미국의 초강력 태풍 등의 현상을 불러일으켰다며 올겨울 유럽과 영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리즈대학교 아만다 메이콕 기후역학교수는 "북태평양의 따뜻한 기후는 북대서양과 유럽의 날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초겨울 강력 추위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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