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교민사이트로 이동…"명의자 사가실 분" 글엔 2분 만에 거래 시도

'해외 대포통장 명의자'로 구하는 텔레그램 메시지
[텔레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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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한국 청년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하며 보이스피싱 등 각종 관련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하데스 카페'의 접속이 막히자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가 다른 곳으로 흘러드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모집 등의 중개 플랫폼 역할을 해온 하데스 카페가 전날 접속 불가 상태가 된 뒤 교민 커뮤니티 등에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글이 잇달아 게시되고 있다.
중국 교민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전날부터 '해외 TM(텔레마케팅) 직원 모집한다', '태국에서 일할 채팅 직원 구한다' 등 제목의 글 70여건이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탄탄하고 안전한 회사"라며 "다들 빚이 많았고 어렵게 결정을 내려오셨지만 지금은 빚도 정리하고 돈 모아가며 재밌게 놀고 일할 땐 일하며 지내고 있다"고 홍보했다.
이 같은 내용의 구인 글은 일본, 미국, 캐나다, 베트남 등 교민 사이트에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취업난에 한국을 떠나 '워킹 홀리데이' 등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이나 한국 경찰의 수사역량이 닿기 힘든 교민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디시인사이드 '징역 갤러리'와 '대출 갤러리' 등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사이트 관리가 허술한 새벽 시간대를 틈타 구인 글이 대거 게시됐다.
'총판(영업책) 연합'을 자처하는 텔레그램의 비밀 단체 대화방에서도 관련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다.
참가자 7천800여명의 한 대화방에서는 전날부터 '출국장(해외 대포통장) 매입한다', '필리핀과 베트남 대면 가능' 등의 메시지가 연달아 올라왔다.
한 참가자는 "출국 가능한 명의자 사 가실 분 있느냐.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비싸게 받는다"며 직접 구직에 나서기도 했다. 메시지가 올라온 지 2분 만에 누군가가 관심을 보이며 거래를 시도했다.
이 대화방은 이른바 '이팀장' 강모(31)씨가 2023년 경복궁 담벼락에 불법 사이트 홍보 문구를 낙서할 미성년자들을 모집했던 곳이기도 하지만 이날까지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1만여명이 모인 또 다른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도 "본인만 말실수와 행동에 잘못 없으시면 아무도 '터치' 안 한다"며 해외에서 대포통장을 거래할 명의자를 찾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방치하면 '뒷북 행정'의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해외 당국과 적극적으로 공조수사를 벌여 이들 '수상한 구인 글'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하데스 카페에 올라온 '포털사이트 아이디 판매' 일부 글에 대해서만 접속차단(시정 요구) 조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동남아를 대상으로 하는 불법 구인 광고 삭제를 지시하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전날 관계기관 합동대응 실무 TF(태스크포스)를 긴급 구성하는 등 구체적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채용 단계에서부터 범죄 네트워크가 작동했음에도 정부 당국이 방관한 결과 '골든타임'을 놓치고 구인 광고가 음지로 숨어들었다"며 "인신매매가 의심되는 구인 글에 대해 자동으로 필터링하고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플랫폼을 차단하는 해외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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