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북한 정치범 수용소' 개정판 발간

박광호 북한 중앙재판소 국장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7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절차에서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나온 박광호 중앙재판소 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prayerahn@yna.co.kr 2024.11,07. [유엔티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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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북한이 총 4개의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면서 최대 6만5천여명을 가두고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통일연구원은 2013년에 발간했던 보고서에 미국 상업용 위성사진 업체 '맥사'의 사진과 탈북민 증언 등으로 파악한 현황을 추가해 '북한의 정치범 수용시설' 개정판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14호, 16호, 18호, 25호 관리소를 가동 중이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격인 국가보위성이 14호, 16호, 25호를 관할하며 경찰청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성이 18호를 담당한다.
평안남도 개천시 소재 14호 관리소는 1965년 건립됐다. 201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숙청 사건 연루자들이 18호 관리소에 있다가 이곳으로 이주 수감되며 규모가 커졌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역시 개천에 있는 18호 관리소는 당초 함경북도 북창군에 위치했다가 2006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함경북도 명간군·어랑군 소재 16호 관리소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불과 3㎞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16호 수감자들이 핵시설 노동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25호 정치범교화소는 마을 형태인 다른 관리소와 달리 감옥과 유사한 '교화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수감동 면적은 1만5천㎡로, 5천8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탈북민들의 증언으로 국제사회에 인권탄압 실태가 알려진 15호(요덕) 관리소는 "국제사회의 인권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북한 당국이 2019년께 폐쇄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전체 추정 수용 규모
[통일연구원 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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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이들 정치범수용소 네 곳에 5만3천명에서 6만5천명 가량이 수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3년 통일연구원 보고서 추정치인 8만∼12만명에 견줘 현저히 줄어든 규모지만, 북한 당국의 인권 개선 의지가 작동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요덕 관리소 폐쇄, 열악한 환경 속 기존 수감자의 사망 등이 겹친 결과라는 것이다.
주민들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히는 이유는 최고지도자의 지침, 노동당의 정책, 당의 유일적 영도체제 확립의 10대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했거나 반국가적 범죄행위, 종교활동을 했을 때 등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관리소의 존재는 '성분' 제도와 국가 감시 체계가 결합돼 사회통제를 강화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단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유엔 회원국들이 관리소의 인권침해적 요소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구체적인 권고 내용을 마련, 북한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쓰레기 같은 탈북자들이 지어낸 악의적으로 날조된 정보"라며 정치범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작년 11월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절차에서 북한이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나온 박광호 중앙재판소 국장은 "간첩이나 테러리스트 등 반(反)국가 범죄자와 사회주의에 대한 불만으로 체제전복적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수는 많지 않다"면서도 "이런 범죄자들은 교화시설에 수용되고, 다른 범죄자들과는 분리된다"고 말했다.
교화 시설에서 고문 등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정치범들이 따로 수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현황
[통일연구원 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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