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0개국 대표단 참석…각국 정상들 활발한 물밑접촉 예상
의전도 관심…가톨릭·군주·왕족 우선권에 트럼프는 3열로 밀릴 듯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2005년 장례식에 세계 각국 국가원수, 정부수반, 군주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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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현지시간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6일 오후 5시) 바티칸시국의 성 베드로 대성당과 광장에서 열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은 올림픽 개막식을 방불케 하는 대형 외교행사이기도 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장례식에는 약 130개 국가의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며, 이 중에는 국가원수 약 50명과 재위 중인 군주 약 10명이 포함될 전망이다.
장례식이 오전에 열리므로 이들은 늦어도 25일 저녁에는 로마나 그 근처에 도착해야 시간을 맞출 수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짧게나마 공개·비공개로 다른 나라 대표단과 외교적 접촉을 할 시간을 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황청은 아직 공식적으로 자리 배치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재위 중이던 교황이 선종했던 최근 사례인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당시의 예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르면 장례식장 한쪽 편에는 총대주교, 추기경, 대주교, 주교 등 가톨릭 교회 성직자들이 앉게 되며, 반대편에 외국 대표단의 좌석이 마련된다.
외국 대표단 중에서는 가톨릭 군주국의 군주나 그를 대리해 참석한 왕족이 앞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교황 시신 놓인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시국 AFP=연합뉴스) 2025년 4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이 놓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방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Photo by Andreas SOLARO / AFP) 202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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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비(非)가톨릭 군주국들의 군주나 그를 대리해 참석한 왕족이 배치될 전망이다. 스웨덴 국왕 부부, 노르웨이 왕세자 부부, 영국 왕세자 웨일스공(公) 윌리엄 등이 여기 해당한다.
그 다음 그룹이 나머지 세계 지도자들, 즉 국가원수들, 대형 국제기구 수장들, 국가원수가 아닌 정부수반들 등이다.
이들의 자리는 각 국가의 프랑스어 명칭에 따른 알파벳 순서에 따라 배정될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기준으로 좌석 배치가 이뤄질 경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리는 1열이나 2열이 되기는 어렵고, 3열이나 그 뒷줄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자신이 받는 의전상 대접에 매우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이 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 룰라 대통령 등 관계가 껄끄러운 인사들과 마주치게 될 수도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시국 AFP=연합뉴스) 2025년 4월 24일 수녀 세 명이 성 베드로 대성당 앞에 서 있다. (Photo by HENRY NICHOLLS / AFP) 202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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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에 열린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때도 보통 때 같으면 서로 만날 일이 없을 정도로 껄끄러운 사이인 국가지도자들끼리 마주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당시 왕세자였던 현 찰스 3세 국왕은 극심한 인권침해와 독재정치로 세계적 기피인물이 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과 악수하는 광경이 카메라에 포착돼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왕세자궁은 무가베 대통령이 인사를 했고 왕세자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 얼떨결에 악수를 한 것이라며 "왕세자는 현 짐바브웨 정권을 극도로 혐오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대통령끼리 악수를 하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양국 국내에서 보수파들의 반발이 극심했으나 양국 관계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일기도 했다.
교황청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며, 상당한 외교 역량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청이 각국에 주재시키는 최고위 외교사절은 '대사'가 아니라 '교황대사'(nuncio·눈시오)라는 직함을 쓴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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