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연구원 웹진 '日 의료취약지 의사인력 확보방안' 보고서
"중앙정부가 지침 제시하면 지방정부가 의사 부족 실태조사하고 확보 계획 수립"
"지자체들 함께 '자치의대' 만들고, 각각 의사양성기금 조성해 '의사 모시기' 노력"
"지역의료 붕괴 막기 위해"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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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지역의료 붕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처럼 지자체들이 직접 의사 부족 실태조사를 하고 의사 확보 계획을 짜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웹진 '건강보장 이슈&뷰' 최근호에 실린 '일본의 의료 취약지 의사 인력 확보 방안'(이연주 건강보험연구원 주임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일본은 1965~1980년 의대 33곳을 신설했고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가 1990년 171.3명에서 2006년 217.5명으로 늘어났지만, 지역 간 의사 분포의 불균형은 오히려 커졌다.
2006년 기준 서부 도쿠시마(德島)현의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는 270.1명으로, 수도권 외곽 사이타마(埼玉)현의 135.5명보다 2배가량 많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6년 '의사 확보 종합대책'을 발표해 중앙정부가 의사확보 대책을 수립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지방정부는 세부계획을 수립해 운영하는 체계를 갖췄다.
전반적인 의료인력 확보대책은 후생노동성이나 문무과학성 등 중앙정부가 추진하되, 지방정부는 기존 인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신규인력을 어떻게 양성할지 의사확보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일본 중앙 정부가 의사확보 방침, 목표 의사 수 달성을 위한 시책 마련 방안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지방정부가 3년마다 의사확보 계획을 수립한다.
지방정부는 이런 의사확보 계획을 담은 '지역 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해 정부에 보고하는데, 중앙정부는 이 계획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기금(지역 의료재생기금)을 지원한다.
지자체에는 '지역의료지원센터'가 설치돼 의대, 의료기관, 관련 협회와 협의해 취업 지원, 근무환경 개선, 경력 지원 등 의사 인력 유입 정책을 실행한다.
보고서는 지자체의 의사 유입 정책의 예로 야마구치(山口)현의 '닥터뱅크 야마구치'의 활동을 들었다.
이 조직은 야마구치현의 의사 확보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의사들을 대상으로 취업을 알선한다. 야마구치현은 이와 함께 근무 중인 의료기관의 현재 고용 형태를 유지하면서 외딴 지역의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하는 '닥터풀' 제도도 운영 중이다.
[건강보험연구원의 웹진 '건강보장 이슈&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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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현의 경우 시골 지역에서 개업하는 의사에게 개원금의 일부나 시설 유지비를 보조하고, 현내 의사에게 해외유학 비용을 지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함께 일종의 공공의대인 '자치의대'를 운영하기도 한다. 광역지자체별로 2~3명씩 입학해 출신 지역과 계약을 맺고 학비 지원을 받는 대신, 졸업 후 출신 지자체에 9년간 의무근무를 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별도 정원으로 입학해 학자금 지원을 받고 졸업 후 일정 기간 출신지역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지역정원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2017년 기준 이 제도를 도입한 대학은 77개 대학 중 68개 대학이다.
한국의 경우 일본에 비해 지자체들이 의사 확보를 위한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다섯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은 지역의료 붕괴 위기의 당사자이면서도 의견을 내는 데 주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총선을 전후해 의대 신설 주장이 나왔을 뿐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와 지역의료인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지역별로 열긴 했지만, 증원 방침을 확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는 지자체 몫 위원이 없어 지역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연주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일본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취약지 의료인력 확보 대책을 마련하되, 지방정부와 협력해 지역에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한국도 정부와 지자체 간 협업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의사인력 확보 계획을 수립해 필요 인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보험 외 재원을 바탕으로 하는 기금을 만들어 지역 근무 인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학금 제도를 운영해볼 필요도 있다"며 "의대 학생 선발 시 해당 지역 출신이나 지역에서 근무가 가능한 사람을 선발하는 등 다양한 선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남에 의대 신설해달라"
(서울=연합뉴스) 전라남도 국립 의과대학 유치 범도민추진위원회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범도민 결의 행사를 열고 지역 의료문제 해결을 위한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에 의료계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2024.1.25 [전라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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