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가자남부 터널 언론 공개…"누군가 서둘러 떠난 흔적 곳곳에"
가가지구에 하마스가 조성한 지하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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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터널 내부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다. 끈적끈적한 벽은 마치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이 꺼지자 모든 것이 암흑으로 변했다."
미국 CNN 방송은 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조성한 지하터널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CNN을 포함한 일부 외신이 이스라엘군의 안내에 따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직접 방문한 뒤 이를 기사로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하터널은 인질들을 가두던 방과 주방, 침실, 욕실과 이들을 연결하는 통로 등으로 조성돼 있었다.
지하터널로 연결되는 입구는 폐허가 된 주거지역 한 가운데에 있었다. 무너진 한 주택 안에 지하로 통하는 아치형 문이 나왔다.
이를 통해 들어간 지하터널에서 취재진은 작은 방으로 안내됐다. 이 방 중간에는 철창으로 된 문이 설치돼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구출된 인질들의 증언과 DNA의 법의학적 증거에 비추어 보면 이곳에 인질 최소 12명이 억류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지하터널 공간 중에는 지상의 가정집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을 한 곳도 있었다.
한 부엌에는 가스레인지와 냉장고, 싱크대가 설치돼 있었고, 주방 벽의 타일에는 꽃바구니, 달걀이 담긴 항아리 그림과 '밀가루', '쿠키', '시리얼'이라고 쓴 영어 단어로 장식돼 있었다.
욕실 중 한 곳에는 열대 해변 장면이 그려진 타일이 붙어 있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질들을 위해서 단시간에 이런 무늬로 장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하마스의 VIP, 고위급 인사가 사용한 공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를 포함한 하마스 지도부가 칸 유니스 지하에 숨어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방들에는 머무르던 누군가가 서둘러 떠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접시는 싱크대에 그대로 널려 있었고, 담요와 매트리스는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분홍색 쓰레기통에는 항생제와 항진균 크림 등 버려진 약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방에서 방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어둡고 축축했고, 웅크린 자세로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낮았다.
콘크리트로 보강된 통로의 벽에는 구불구불한 전기 케이블이 이어져 매달려 있었다.
이날 취재진을 안내한 댄 골드퍼스 준장은 "하마스는 터널을 조성하는 데 수년을 보냈다"며 "이스라엘군이 지상 작전을 하던 중 어느 시점에 (하마스가) 인질을 가두기 위해 지하터널의 이곳 일부를 재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대의 다프네 리치먼드-바라크 교수는 하마스가 인질을 지하터널에 가두면서 이스라엘군의 작전 수행이 더 어려워졌다며 "인질은 협상 카드와 방패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은 하마스의 지하터널에서 벌이고 있는 작전은 이제 중재국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인질 석방 협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한 압박용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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