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작지만 큰 한국사, 인삼'

인삼 열매를 수확하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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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영조(재위 1724∼1776)는 83세까지 장수하며 조선의 역대 왕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인 52년간 왕위를 지켰다.
영조의 건강을 지켜 주는 약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건공탕'(建功湯)이다.
영조는 인삼, 백출, 말린 생강, 감초를 달인 이중탕에 인삼 두 돈쭝(귀금속이나 한약재의 무게를 잴 때 쓰는 단위)과 좁쌀을 넣은 '이중건공탕'을 꾸준히 먹었다고 한다.
69세 때부터는 먹는 횟수를 하루 두 번에서 세 번으로 늘렸다. 평소 근검절약한 것으로 유명한 왕이었지만, 그가 매일 먹는 건공탕으로 소비한 인삼은 1년에 거의 20여 근, 약 12㎏였다.
최근 나온 책 '작지만 큰 한국사, 인삼'(푸른역사)은 인삼으로 우리 한국사를 다양한 면을 짚어낸 책이다.
근대 경제사 분야를 연구해 온 저자 이철성 전 건양대 총장은 "인삼은 자연의 산물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쌓여 역사와 문화를 이룬다"고 설명한다.
책은 고려시대부터 조선, 개항기, 식민지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인삼의 역사를 조명한다.

인삼을 수확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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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은 예로부터 중요한 무역상품 중 하나였다.
백제 인삼은 6세기 중국에서 최고의 약재로 널리 알려졌고, 12세기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은 고려의 생활상을 기록한 저서에서 고려인삼을 언급하기도 했다.
18세기 중엽 이후에는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적으로 인삼이 재배됐다.
책은 정조(재위 1776∼1800)가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 수원 화성을 만들면서 홍삼에 주목했다고 짚는다. 당시 서울에서 화성으로 이주하는 부자에게 가삼(家蔘·심어 가꾼 인삼) 무역권을 주는 방안도 논의될 정도였다.
책에는 외부에서 인삼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응우옌 왕조의 제2대 왕인 민 망 황제(재위 1820∼1841)는 아들 78명, 딸 64명 등 모두 142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그의 곁에 항상 인삼이 있었다고 한다.
아편의 해독에 인삼이 효과적이라는 말이 돌면서 아편전쟁 직후 중국 수출량이 배로 늘었다거나, 일본에서 나이 어린 여인이 조선 인삼을 사기 위해 몸을 팔기도 했을 정도 인기였다는 내용 등이 눈길을 끈다.
4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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