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신성' 양현준 "그라운드서 본 케인 골, 충격이었죠"

입력 22. 08. 05 07:35
수정 22. 08. 05 07:35

"축구가 인생"이라는 2002년생 공격수…"수비 잘 제치는 리베리가 제일" '은인' 최용수 감독의 지적에 "체력·결정력 보완…나쁜 습관도 버리겠다"

 

강원FC의 2002년생 공격수 양현준

[촬영=이의진]

 

(강릉=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축구를 좋아하냐고요? 당연하죠. 엄청나게 좋아하죠. 저의 인생이죠."

'축구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프로축구 강원FC의 2002년생 신예 공격수 양현준의 억양이 센 경상도 말씨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13일 내한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K리그 선발팀)의 친선경기에서 '깜짝 활약'한 이후 양현준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에릭 다이어, 다빈손 산체스 등 토트넘의 수비진에 맞서 과감한 돌파와 슈팅을 선보이자 축구 팬들도 '20살' 양현준의 재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 오후 강원 강릉시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양현준은 최근 인터뷰 제안이 매일 여러 개씩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져 부담이기도 하다"는 양현준은 "그런 부담감도 이겨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성격이 내성적이라는 그는 인터뷰 내내 한 호흡을 마칠 때마다 '어…'하고 천천히 말을 고르며 답변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주제가 나오자 신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영락없는 '소년'의 모습도 보였다.

양현준은 "축구 플레이 중 드리블이 제일 좋다"며 "상황에 따라 길게 빼는 드리블이 있고, 짧게 치는 드리블도 있다. 어쨌든 드리블은 다 좋다"고 말했다.

아쉬운 양현준의 슛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지난달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친선경기에서 양현준이 슛을 하고 있다. 2022.7.13 nowwego@yna.co.kr

 

이어 "상대를 제치는 드리블을 많이 하는 선수가 좋다"라며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으로 세계 정상급 윙어였던 프랑크 리베리를 언급했다.

실제로 최근 양현준은 리베리처럼 '드리블형 윙어'로 나서며 팀의 트레이드 마크인 빠른 역습을 주도하고 있다.

3-4-3 포메이션을 축으로 하는 최용수 감독의 전술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공격포인트도 늘렸다.

개막 후 첫 17경기에서 1골 3도움에 그쳤던 양현준은 최근 7경기에서는 4골 1도움을 추가했다. 

이 기간 팀도 5승 2패로 상승세를 탔다. '선두' 울산 현대와 두 차례 경기에서만 패했다.

"이전에는 내가 알려지지 않아 상대가 편하게 뒀는데 확실히 요즘 압박이 심해졌다"는 양현준은 이런 견제를 극복한 활약의 비결이 '자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전보다 자신감 있게 슈팅을 때리고 있다"며 "계속 도전적으로 임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양현준의 '자신감'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상대하는 수비의 수준이 날로 높아졌는데도 양현준은 한결같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2년 전 18살 양현준의 상대는 고등학생이었다. 

지난해 부산정보고를 졸업한 후에는 강원FC B팀에서 4부리그 수비와 싸우며 실력을 쌓았고, 올해는 국내 최상위인 K리그1 수비진 앞에서 거침없는 드리블과 슈팅을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손흥민이 활약하는 토트넘 수비진도 상대했다.

전북전 시즌 5호골을 넣은 양현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양현준은 "토트넘전에서도 그랬지만 수비 수준은 생각하지 않는다.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려고 한다"며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수비 앞에서의 순간적인 움직임과 저돌성도 그저 '본능'이라고 설명했다.

양현준은 "사실 나는 내 플레이가 (다른 선수들과) 무엇이 다른지 못 느끼겠다"며 "나는 잘 모르겠는데 굳이 설명하면 (이런 움직임이)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런 당돌한 모습도 최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수그러들었다.

최 감독은 양현준의 성장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인물이다. 

양현준의 재능을 알아본 최 감독은 지난해 4부리그에서 뛰던 양현준을 과감히 1부리그 주전으로 발탁했다.

양현준은 "감독님은 은인 같은 분"이라며 "올 시즌 자신감을 갖고 잘하는 플레이에 집중하도록 해주신 게 감독님"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양현준이 '은인'으로 꼽은 최 감독은 지난 3일 "내가 봤을 때 (양현준은) 한참 멀었다"며 "'반짝 스타'에 그칠지 진짜 '물건'이 될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더 높은 수준의 상대와 맞붙어도 기복 없이 활약을 펼쳐야 '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현준은 "감독님 말씀처럼 잘하려면 체력부터 보완해야 한다"며 "체력이 떨어지니까 실수가 많이 나온다"고 되돌아봤다.

아울러 "감독님은 몇 골을 넣든 더 넣으려는 자세를 굉장히 강조하신다"며 스스로 마무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토트넘 세번째 골은 해리 케인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지난달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해리 케인이 토트넘의 세번째 골을 넣고 있다. 2022.7.13 nowwego@yna.co.kr

 

그러면서 직접 그라운드에서 맞붙어 본 토트넘의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을 '결정력의 달인'으로 꼽았다.

양현준은 "케인이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는 장면을 바로 앞에서 봤다. 정말 깜짝 놀랐다"며 "들어갈 것으로 생각 하지 않았는데 차니까 골이 됐다. K리그에서는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팀 K리그와 토트넘의 친선전에 나선 케인은 후반 9분 페널티아크 뒤에서 기습적인 왼발 슛을 때렸다. 낮게 깔려 날아간 공은 골키퍼 손을 지나 반대편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양현준은 "그 골 장면이 굉장히 자극이 많이 된다.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결정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더 성장하려면 스스로 좋지 않은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후방에서 드리블부터 하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동료에게 볼을 주고 나는 뛰어들어 가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지적도 많이 받지만 몰입 중일 때는 습관적으로 그렇게 된다"고 되돌아봤다.

재능을 보여준 유망주에게 흔히 따라붙는 '유럽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욕심나는 게 없다. 좋은 감독님, 좋은 형들 밑에서 더 배우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 지켜보는 최용수 감독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지난달 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강원FC의 경기에서 강원 최용수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2.7.5 yongtae@yna.co.kr

 

이렇듯 양현준의 대답에는 줄곧 '형들'이 등장했다. 이제 20살인 그에게는 대부분 동료가 형이다. 

"요즘 내 플레이를 분석한 영상을 계속 챙겨본다"는 양현준은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옳은 플레이였는지를 형들과 매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합을 맞춰 팀 공격을 이끄는 2선 콤비 김대원에 대해서는 "경기장 밖에서도 대화를 많이 한다. 안 보고도 어디 있는지 알고 패스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형'이 제일 좋냐고 묻자 "제일 친한 건 서민우 형이지만…"하고 한참을 고민하던 양현준은 띠동갑이자 1990년생인 베테랑 공격수 고무열을 꼽았다.

양현준은 "작년부터 (고)무열이 형이 많이 가르쳐주고 조언도 해준다. 많이 좋아해 준다"며 수줍게 웃었다.

아울러 강원 구단이 자신에게는 실제 고향인 부산에 이어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고마운 공동체라고 했다.

양현준은 "우리 팬분들이 워낙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많이 난다"며 "지금 우리 팀이라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는 각오를 다졌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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