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반도도 '강진 피해' 언제든 가능…'장주기 지진동' 경계해야
입력 2026.06.28 03:17수정 2026.06.28 03:17조회수 0댓글0

日 '난카이 대지진' 장주기 지진동 부산 등 동남권 타격 가능해
동해안 쓰나미도 우려…판 내부에 있지만 국내 강진 가능성도 상존


2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리과이라주에서 지난 24일 강진에 무너진 건물 잔해를 구조대와 봉사자들이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니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위험하니 걷거나 뛰지 말라'는 경고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누구나 알고 동의하지만, 대다수가 염두에 두고 지킨다고 하기는 어렵다.

유라시아판 내에 있는 한반도는 이웃한 일본과 같이 판 경계에 있는 나라보다 강진이 덜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강진이 발생한 적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국내에서 강진이 발생하지 않아도 강진에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당국과 학계는 '일본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장주기 지진동에 한반도 동남부가 타격받는 상황'을 우려한다.

◇ 일본서 규모 5∼7대 강진 연이어…"난카이 대지진 확률 80% 정도"

지난 2024년 8월 일본 됴쿄 기상청 청사에서 난카이 대지진 관련해 발표가 이뤄지고 있다. [교도통신/AP=연합뉴스 자료사진]

원본프리뷰

지난 24일 베네수엘라 산 펠리체 동북동쪽에서 규모 7.2, 곧이어 유마레 남동쪽에서 규모 7.5 지진이 연이어 발생, 수천 명이 사상하면서 '지진의 무서움'이 재차 확인됐다.

규모 7.2 전진(前震)에 이어 규모 7.5 본진(本震)이 발생한 '이중(doublet)지진'으로 피해가 매우 컸다.

최근 일본에서도 규모 5∼7대 강진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기도 해 베네수엘라 지진 간 연관성을 찾으려는 사람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일본은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해판, 태평양판, 오호츠크해판 등 4개 지각판이 만나는 지점에 있어 사실 언제든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본에서 가장 우려하는 2개 지진이 난카이 해곡 대지진과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바로 아래서 발생하는 '수도직하지진'이다.

난카이 해곡은 도쿄 인근 시즈오카현 스루가만에서 규슈 동쪽 휴가나다해역까지 약 700㎞에 이른다. 이 난카이 해곡에선 약 100∼150년 주기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왔다.

일본 정부는 작년 9월 향후 30년 내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작년 1월 1일 기준으로 80% 정도로 본다'고 발표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례적으로 두 가지 계산법으로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확률을 계산해 따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진 발생 간격과 고문서를 토대로 산출한 지형 융기량을 함께 고려하는 계산법으로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확률이 '60∼90% 이상', 다른 해구 지진처럼 지진 발생 간격만 이용한 계산법으로는 '20∼50%'로 나타났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확률이 과도하게 제시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인데,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는 '발생 확률 60∼90% 이상'을 염두에 두고 방재대책 등을 마련하라고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에게 당부했다.

난카이 해곡은 난카이, 도난카이, 도카이 등 3개 부분으로 나뉜다. 해곡이 3개 부분에서 연쇄적으로 모두 붕괴하면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 수준의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1707년 10월 난카이 해곡에서 발생한 '호에이 대지진'은 규모가 8.6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규모 9.0 지진은 '인류 역사에 손꼽히는 강진'으로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규모 7.5 지진과 비교하면 위력이 이론적으로 178배 강하다.

◇ 에너지 감쇄 없이 원거리 전파되는 장주기 지진동, 고층건물 위협

작년 4월 미얀마 중부에서 발생한 강진의 영향으로 붕괴한 태국 방콕 건물에서 구조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원본프리뷰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9.0 지진이 발생하면 일본에서 29만8천여명이 사망하고 약 292조3천억엔(약 2천776조8천500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작년 일본 내각부 전문가 검토회는 추정했다. 이 경제적 피해액은 지진 발생 후 1년간만을 따진 것으로 일본 토목학회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시 경제가 정상이 될 때까지 22년이 걸리고, 이 기간 피해가 1천466조엔(약 1경3천927조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발생 시 피해는 공급망과 금융시장을 통해 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은 '물리적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

당국과 학계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일어나면 발생할 '장주기 지진동'(지진파)을 경계한다.

장주기 지진동은 진동 주기가 2초 이상, 보통 2∼10초로 긴 지진동이다.

모멘트 규모 7.0 이상 강진에서 발생하는데, 지속 시간이 '수십초에서 수분'으로 일반 지진파보다 길어 건물 등을 길게 흔들며 피해를 발생시킨다.

장주기 지진동은 진동 주기가 긴 저주파여서 진앙에서 수백∼수천㎞ 떨어진 곳까지 에너지가 크게 감쇄하지 않고 전달돼 '원거리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장주기 지진동은 고층 건물과 장대교량, 대형 저장 탱크 등 큰 구조물에 심각한 흔들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고층·대형 구조물 고유 진동수가 진동 주기가 긴 저주파여서 같은 저주파인 장주기 지진동과 공진(공명)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공진은 고유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의 외력이 주기적으로 전달돼 진폭이 커지는 현상이다.

고유 진동은 구조물 등 물체가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성과 질량 등 자체 물리적 특성에 따라 스스로 흔들리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높고 규모가 큰 구조물일수록 고유 진동의 주기가 길다.

높이 100m 건물 고유 진동 주기가 약 2초 정도라면 300m 높이 건물은 5∼6초에 달한다.

지난해 3월 28일 미얀마 중부에서 규모 7.7 지진이 나면서 진앙에서 1천㎞ 이상 남쪽에 있는 태국 방콕의 고층 건물이 붕괴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장주기 지진동 무서움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지난 1985년 9월 멕시코 미초아칸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8.0 강진으로 진앙에서 400㎞ 떨어진 멕시코시티에서 6∼15층 건물이 집중적으로 타격받으면서 큰 피해가 발생한 사례, 동일본대지진 때 진앙에서 700㎞ 거리의 오사카시 시청사(제2청사)가 10분간이나 흔들린 경우 등도 있다.

◇ '퇴적 연약 지반' 동남권, 장주기 지진동에 취약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 일대 아파트와 고층 건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본프리뷰

전문가들은 부산을 비롯한 한반도 동남권이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장주기 지진동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동호 한국지진공학회장(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본 쪽에서 강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부산과 경남에 있는 고층 건물과 장대교량 등이 장주기 지진동에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 난카이 대지진인 1946년 '쇼와 난카이 지진'(모멘트 규모 8.1) 진앙에서 부산은 약 650㎞, 울산은 640㎞, 포항은 660㎞ 거리다. 장주기 지진동 '사거리'에 충분히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동남권에 고층 건물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주요 산업 시설, 장대 교량 등이 몰려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미얀마 지진으로 방콕이 피해를 본 사례와 비교하면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시 우리나라 남해안이 방콕보다 더 취약하다"면서 "(진앙과) 거리가 가까울 뿐 아니라 지진 규모가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등 동남권 해안은 '퇴적 연약 지반'이 많아 장주기 지진동에 더 약할 수 있다.

단단한 암반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던 지진파가 부드럽고 두꺼운 퇴적층을 만나면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진폭이 증폭된다.

이를 '부지효과'라고 하는데, 멕시코시티와 방콕 등 그간 장주기 지진동에 큰 피해를 입은 곳들도 매립지나 퇴적층이 깊게 발달한 지역이었다.

지진동에 지반이 강성을 잃고 액체처럼 변하는 액상화도 피해를 키울 수 있다.

지진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 중 가장 치명적이라고 꼽히는 액상화는 매립지 등 애초 지반이 연약한 곳에서 잘 나타난다.

그런데 부산은 도시 상당 부분이 바다를 메운 매립지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등 매립지 위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 곳도 많다.

장주기 지진동에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이 회장은 "내진설계가 돼 있어 장주기 지진동에 부산 등에서 구조물이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건물 내 엘리베이터·수도관·가스관 등이 손상되거나 가구 등이 쓰러지면서 2차 피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마지막으로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했을 땐 우리나라 동남권에 고층 건물 등 대형 구조물이 없었다"면서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경험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동해안에 '지진해일' 덮칠 수도…국내서도 언제든 강진 가능해

대구 달성군 국립대구과학관에서 한 관람객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여파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본프리뷰

일본 서쪽 해안에서 강진이 발생, 동해안으로 지진해일(쓰나미)이 몰려오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2024년 1월 1일 일본 이사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규모 7.6 지진이 발생하면서 동해안에 최고 85㎝ 높이 해일이 밀려왔다. 지진해일 높이는 '조수의 영향에 따른 수위 변동'은 제하고 계산하기에 당시 실제 해수면 높이는 1m를 넘었다. 이에 통상 지진해일 높이가 50㎝만 넘어도 대피해야 하는 수준으로 본다.

앞서 1983년 5월 26일 일본 혼슈 아키타 서쪽 해역에서 규모 7.7 지진이 일어 동해안에 최고 2m 이상 지진해일이 닥친 바 있다. 이때는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 2명이 부상하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일본 강진이 한반도 지각을 변형시켜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 후 한반도 동해안이 일본 쪽으로 5㎝, 서해안은 2㎝ 이동하면서 한반도 지각이 동서로 3㎝ 확장됐다. 이에 지각이 약해지고 응력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규모 2.0 이상 지진 발생 횟수가 2배 정도 늘었다.

홍 교수는 "(동일본대지진에 의한 지각 변형 효과가) 수십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효과가) 지표에서 점점 깊어지는 방향으로 전이되고 있으며 아직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강진이 발생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지각판 내에서도 판 경계 단층에서 응력이 전달돼 축적되며 큰 지진이 날 수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 최대 규모는 '6.5∼7.5'로 추산된다.

1978년 계기관측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 지진은 2016년 9월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경주 지진)이지만,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러시아·중국 등의 자료에 따르면 1952년 3월 평양 쪽에서 규모 6.2에서 6.5 사이로 추정되는 강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

국제적으로 지진 연구가 판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집중돼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동학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한반도는 판 내부 지각 변형 속도가 느려 판과 판이 충돌하는 지역과 달리 단층 운동 주기가 길고 일정하지 않아 50년도 안 되는 계기관측 이래 강진이 없었다고 앞으로도 강진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jylee24@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좋아요
0
댓글0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0/300
한일생활정보 한터
딤채냉장고
한터애드
디지털 드로잉 수강생 모집
에어컨냉동설비
3・8 インテリア
냥스튜디오
미라이덴탈클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