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부총리 "전 세계 뒤숭숭한 시기 두 나라 오랜 우정이 큰 자산"
유럽, 트럼프의 '동맹 때리기'에 한일 등 아태 지역에 눈길

22일(현지시간) 브뤼셀 공연장 보자르에서 열린 한국-벨기에 수교 125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한 막심 프레보 벨기에 부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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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금처럼 전 세계가 뒤숭숭한 시기에 두 나라가 가꿔온 오랜 우정은 서로에게 큰 자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22일 저녁(현지시간) 벨기에 최고 문화예술 공연장인 브뤼셀 중심가의 보자르에서 한국·벨기에 수교 12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열렸다.
막간에 진행된 리셉션에서 막심 프레보(48) 벨기에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위와 같이 축사를 하면서 양국 교류가 산업, 과학기술, 교육, 문화 등 모든 층위에서 확대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프레보 장관은 또한 한국과 벨기에 모두 국제사회의 법질서를 존중하고, 여러 분야에서 유사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호 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브뤼셀에 주재하는 외교가 인사가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 나온 그의 이런 발언은 다분히 대서양 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것으로 들렸다고 한다.
한 외교 관계자는 행사가 끝난 뒤 "많은 사람이 프레보 장관의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림자를 느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한 셈"이라고 촌평했다.
집권 2기 취임 이후 방위비 인상 압박, 고율 관세, 그린란드 합병 위협 등으로 유럽을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는 자신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유럽 동맹들이 거부했다는 이유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까지 거론하며 긴장 수위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중동 전쟁을 시작할 때 유럽 동맹들에 사전 통보조차 없었던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로 국가 유가가 급등하는 등 상황이 꼬이자 오히려 유럽 국가들에 사태 '수습'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몰아붙이는 형국이라 유럽으로서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전후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지원하는 다국적 임무 창설을 위한 논의에 나서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달래려 하고 있지만, 흔들리는 대서양 동맹이 어디로 귀결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의지했던 가장 강력한 우방 미국과의 관계가 흔들리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유럽연합(EU)은 최근 부쩍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한 한국과 일본, 호주 등과의 관계 강화가 최우선 순위임을 틈날 때마다 강조한다.
한국의 경우 유럽의 최우선 과제인 재무장에 절실한 방산 강국일 뿐 아니라 K팝을 위시한 문화적 매력까지 큰 까닭에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주목도는 당분간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브뤼셀 보자르에서 열린 한국-벨기에 수교 125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선 양국 젊은 음악가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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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보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작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벨기에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떠올렸다는 이야기도 꺼내며 양국이 어려울 때 피를 나눈 '혈맹'임을 새삼 일깨웠다.
아울러, 매년 벨기에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권위의 클래식 콩쿠르에 한국인들이 대거 입상하고 있는 점도 거론하면서 양국의 각별한 문화적 인연도 부각했다.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은 이날 축하 공연을 현대적으로 변주한 '아리랑', 벨기에 독립의 도화선 역할을 한 오페라 수록곡 '가난한 자들의 유일하고 충실한 친구여', 벨기에 출신 클래식 거장 세자르 프랑크, 요제프 용엔의 작품 등 두 나라의 정서와 역사가 담긴 곡들로 꾸미는 선곡을 보여 참석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이 실감 나는 이런 때일수록 상대의 역사를 배려하고, 그동안 쌓아온 관계를 소중하게 관리하는 보이지 않는 세심함이야말로 국제 관계의 자산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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