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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크라켄'…백악기 바다는 19m 거대문어가 지배
입력 2026.04.26 03:33수정 2026.04.26 03:33조회수 1댓글0

日 홋카이도대 연구팀,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 발표
약 1억∼7천200만 년 전 서식…먹이사슬 최상위 육식 연체동물


거대 문어 상상도

[홋카이도대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Image: Yohei Utsuki, Department of Earth and Planetary Sciences, Hokkaido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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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약 1억년 내지 7천200만년 전 백악기 후기에 크기가 19m에 이르고 지느러미가 달린 거대한 문어가 먹이사슬 최상위를 차지하고 바다의 지배자로 군림했음을 시사하는 화석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홋카이도대 지구·행성과학 부문 연구원 이케가미 신 박사와 이바 야스히로 부교수 등은 23일(현지시간) 이런 두족류 연체동물에 대한 논문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일본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섬에서 발견된 화석화된 부리 27점을 분석했다.

두족류 연체동물은 뼈가 없고 살이 연해서 화석으로 남기 어렵지만, 단단한 키틴질로 구성된 부리는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연체동물에서는 부리의 위치와 역할이 척추동물의 '턱'과 유사하다.

분석 결과 이 화석들은 크게 2개 종으로 분류됐으며, 그 중 1개 종은 2008년 발표된 '나나이모테우티스 젤레츠키'(Nanaimoteuthis jeletzkyi)였고 길이가 3∼8m로 추산됐다.

다른 1개 종은 그보다 훨씬 컸으며, 각 개체의 길이(몸통뿐만 아니라 다리 길이까지 합한 것)가 짧게는 7m에서 길게는 19m로 추산됐다.

이는 현대 연체동물 중 가장 큰 대왕오징어(최대 13m)보다 더 크게 자랄 수 있다는 것으로, 과학계에 알려진 역대 최대의 무척추동물이라는 뜻이다.

연체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백악기 후기에 바다에 살던 파충류나 어류 중 가장 큰 것들보다 오히려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백악기 후기 문어들의 몸 크기 추정

[사이언스 논문 내 그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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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 문어는 단순히 덩치만 가장 큰 것이 아니라 백악기 후기 바다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 대상이 된 부리 화석에서는 반복적으로 딱딱한 물질을 씹어 생긴 긁힘과 마모의 흔적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는 이들이 물고기뿐만 아니라 단단한 뼈와 껍질을 가진 해양 파충류나 암모나이트 등을 부리로 으깨어 먹는 육식동물이었음을 시사한다.

유연하고 강력한 여덟 개의 팔로 먹잇감을 낚아챈 뒤, 단단한 부리로 해체하는 방식으로 먹잇감을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연구팀은 부리의 마모 양상이 좌우 비대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이들이 특정 방향의 다리를 주로 사용하는 '편측성' 행동을 보였음을 의미하며, 이런 특성은 뇌와 지능이 보다 고도로 발달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노르웨이 전설에 나오는 바다 괴물 '크라켄'을 연상케 하는 이 연체동물에 대해 논문 저자들은 '나나이모테우티스 하가티'(Nanaimoteuthis haggarti)라는 학명을 붙였다.

'나나이모'는 밴쿠버 섬에 있는 지질층인 '나나이모 층'을 가리키며, '테우티스'는 그리스어로 오징어나 문어 등 두족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가티'는 캐나다 지질조사국에 근무하면서 나나이모 층의 백악기 화석 연구에 크게 기여한 고생물학자 제임스 W. 해거트 박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논문 저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검토한 부리 화석 12건에 대해서는 '디지털 채굴'이라는 첨단 기술을 사용했다.

백악기 후기 지층의 암석 시료를 망치나 드릴로 파내 부리 화석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정밀 기계를 이용해 사람 머리카락보다 얇은 층으로 암석을 발라내고 각 층의 디지털 사진을 찍었다.

이어 특별히 개발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이용해 암석 시료에 둘러싸여 있어서 밖에서는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던 화석을 파악하고 정밀한 3차원 모델을 만드는 방식으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정밀도로 화석을 분석할 수 있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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