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무역수지 개선·제조업 재건은 아직…美 여론도 부정적
협상으로 무역전쟁 피했지만 대미투자 종용한 동맹과 관계 악화
상호관세는 대법원 판결로 무효됐지만 다른 관세로 정책 지속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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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부분 국가를 상대로 대대적인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 경제를 큰 불안에 빠뜨린 지 1년이 지났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글로벌 무역 전쟁이나 경기 침체는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의적인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지렛대 삼아 동맹의 팔을 비틀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지만,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가워졌으며, 그가 미국민에 약속한 관세로 인한 제조업 재건과 무역적자 축소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공언한 관세 정책은 작년 4월 2일 본격 막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그동안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갈취당한 미국이 자유로워지는 날이라며 '해방의 날'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한 나라들에 똑같이 갚아준다는 취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타당성이 결여된 일방적인 관세였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가 사실상 없는데도 25%의 관세를 책정했다.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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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관세로 그치지 않았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로봇, 무인항공기 등 주요 수입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부과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준이라 줄여야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미국의 주요 동맹인 한국, 일본, 유럽에도 마찬가지로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 일본, 유럽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막대한 금액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뒤에야 일부 관세를 낮출 수 있었다.
주요 교역국 대부분이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해 맞서기보다 이처럼 미국과 협상하는 유화 정책을 펼치면서 대공황 때와 같은 관세 장벽 확산과 무역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과 교역하던 국가들이 대미 수출이 어려워지자 서로 무역장벽을 낮추고 상호 교역을 늘리면서 미국 시장에 덜 의존하게 되었고 전체적인 교역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작년 5∼12월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스위스 간 교역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국가의 대미 수출은 6% 감소했다.
세계 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됐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광물을 무기로 한 중국의 반격에 무력해지고 서둘러 휴전을 추진하면서 당초 우려보다 충격파가 작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공동화와 무역적자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인 중국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에 안보를 의지할 수밖에 없어 약자인 동맹은 강하게 압박해왔다.

미국 제조업 현장 방문한 밴스 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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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제조업을 재건하고 있다고 늘 호언장담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 내 평가는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
미 상무부가 집계한 2025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총 9천15억달러로 전년 대비 0.2%(21억달러) 줄어드는 데 그쳤다.
기업들이 관세가 시행되기 전에 재고를 쌓으려고 수입을 늘렸고,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성 없는 관세 유예와 예외 덕분에 실효 관세율이 당초보다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재배하지 않는 열대과일과 농산물 등 수입할 수밖에 없는 제품에도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했다가 논란이 되자 유예하는 등 일단 관세를 부과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 처방을 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
미 상원 합동경제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월에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 제조업 일자리 10만8천개가 사라졌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는 지난달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제조업은 재건되지 않았다. 오히려 행정부의 정책은 트럼프 취임 전 4년간 증가한 제조업 일자리를 갉아먹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됐다 풀려난 한국 노동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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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주요 교역국의 대미 투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대로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이 하락세인 데다 공화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을 내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 1, 2호를 연이어 발표했지만, 유럽연합은 무역 합의 이행을 굳이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뜸을 들인다고 생각해 조속한 투자 이행을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미국이 다른 나라에 손을 벌릴 정도로 경쟁력인 약한 분야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필립 그램 연구위원과 도널드 부드로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약속된 외국인 투자가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시장 동력이 아닌 정치적 압박의 결과라는 점에서 미국의 자원이 덜 생산적인 용도에 더 투입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은 동맹과 관계를 소원하게 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일으킨 이란과의 전쟁에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이 힘을 보태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지만, 동맹의 이런 냉대는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NN방송은 이날 기사에서 그린란드 이양 요구와 관세 공격 등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유럽 정상들을 몰아붙인 탓에 이들이 도저히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주고 자기의 정치적 입지까지 지킬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대법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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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미국 내에서도 작지 않은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관세 비용의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부담하기도 하지만, 결국 수입 원자재와 제품이 필요한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에서 미국인이 63%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과 관련해 좋은 판단을 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손쉽게 압박하는 협상 수단이자 관세 정책의 주춧돌이라는 점에서 상호관세 무효화는 그에게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재고하기는커녕 새로운 관세를 부과해 기존 상호관세를 대체하려고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에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10% 관세를 부과했으며, 지난달부터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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