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 영문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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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세균은 유익균으로 인간과 공생 관계에 있다. 인간이 세균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대신 세균은 인간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사실 병을 일으키는 세균도 인간을 영원한 안식처가 아니라 일시적인 숙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숙주인 인간이 치명적인 상태에 빠지길 원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 이상적인 기생 관계라는 개념이다. 우선 기생이란 한 생물이 다른 생물에 붙어 영양분을 얻어 사는 것을 말한다. 기생충이나 몸속 박테리아들은 모두 기생하고 있다. 기생체가 숙주와 맺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물론 공생 관계다. 서로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관계다.
영원토록 서로에게 이익을 주면서 공생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좋다.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숙주를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에 공생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페스트나 콜레라 등은 좋지 않은 기생 관계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 몸에 사는 대부분의 세균은 인체에 무해하거나 감기처럼 적당한 정도의 병을 일으키는 이상적인 기생 관계를 맺고 있다.
◇ 항생제의 원리와 항암 치료
세균에 감염되면 항생제를 쓴다. 알다시피 항생제는 페니실린에서부터 시작됐다. 교과서에는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우연한 기회에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했다고 쓰여 있다.

알렉산더 플레밍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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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플레밍은 푸른곰팡이가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알고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추출한 데까지만 공이 있다.
페니실린을 실제 치료에 사용한 사람은 하워드 플로리(Howard Florey)였다. 플로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폐렴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한 윈스턴 처칠에게 페니실린을 처방해 목숨을 구해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양의학이 동양의학보다 앞서게 된 것은 이 항생제를 개발한 이후부터다. 산업혁명 이후 현미경을 통해 세균의 성상을 밝히고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개발함으로써 감염성 질환을 제어하기 시작한 것이 기점이었다.
결국 서양의학의 승리는 세균과의 전쟁에서 어느 정도 승리했기 때문이다. 항생제가 개발된 후로 대부분의 감염성 질환이 제어됐다고 생각했으나 근래에 조류인플루엔자나 신종플루 등 알 수 없는 괴질이 많이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항생제의 기본 원리는 인간 세포와 세균의 차이를 구별해 인간 세포에는 해를 입히지 않고 세균만 죽이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인간의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차이를 구별하면 항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만들어진 항암제는 대부분 항생제의 원리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항생제가 90퍼센트의 세균을 죽이고 인간 세포에는 5퍼센트 정도만 해를 끼치는 데 비해, 항암제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90퍼센트의 암세포를 죽이면서 정상 세포도 40퍼센트가량 죽인다.
아직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차이를 확실히 구분해서 작용하는 약물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인간의 정상 세포와 암세포가 여러 면에서 비슷하기 때문에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암세포를 죽이려면 정상 세포도 그만큼 죽여야 하므로 아직도 암을 정복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의 암 진단 후 5년 생존율은 50퍼센트를 넘는다. 굉장한 결과다. 어떻게 이런 진보가 이루어졌을까?
그건 항암제가 발전해서가 아니라 건강검진 등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당한 조처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암을 조기에 발견한 덕분에 수술로 암 조직을 떼어낼 수도 있고 건강을 악화시키는 나쁜 생활 습관을 고칠 시간적인 여유도 생겼다.
항생제는 세균뿐 아니라 인간 세포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사용해야 한다. 절대로 오용하거나 남용해서는 안 된다. 물론 우리나라 병원의 항생제 사용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높고, 무심코 먹는 식품 중에도 항생제를 써서 기른 것이 많다.
우리는 이미 생각보다 많은 양의 항생제를 섭취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항생제에 대한 내성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과학자들이 계속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 마치 세균과 경주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 침입자 처치는 면역계에서
우리 몸을 외부의 위협에서 지키는 방위 시스템을 면역계라고 부른다. 면역계의 임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 몸에 해로운 물질을 죽이거나 내보내는 것이다. 이때 세균, 바이러스 등의 외부 인자들을 항원이라고 부른다.
우리 몸은 항원을 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항원에 대응하는 방위 시스템을 발동시키는데, 그것이 바로 면역이다.
여러 항원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세균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다. 세균은 우리 몸속에서도 살고, 필통 속에서도 살고, 공기 중에도 살지만, 바이러스는 오직 살아 있는 생명체의 세포 속에서만 증식할 수 있다. 게다가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항생제는 아직 없다. 감기 치료가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몸이 감기 바이러스를 이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감기에 걸렸을 때 할 수 있는 처치라곤 2차 세균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몸의 기운을 돋울 수 있게 영양분을 더 공급하는 것 정도가 전부다.
면역은 면역력을 얻는 방법과 과정에 따라 능동 면역과 수동 면역으로 나뉜다. 능동 면역은 흔히 알고 있는 예방접종으로, 주사를 통해 약화한 항원을 들여와 체내에 항체가 생기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가끔 몸이 너무 약해진 탓에 주입된 항원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 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면 수동 면역은 항체를 주입하여 균과 맞서 싸울 아군을 늘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면역력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에 임시방편 정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3편에서 계속)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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