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희 델라루즈코스메틱 대표, 대학 교직원서 창업가로…17개국 판로 개척
"허튼 경험 단 하나도 없어…건강한 피부 되찾는 제품 만들 것"

인터뷰하는 '델라루즈코스메틱' 엄상희(48) 대표
[촬영 강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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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우연한 창업의 기회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천연 화장품 업체가 해외 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해 나가며 '빛'을 발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 '델라루즈코스메틱'이 그 주인공이다.
델라루즈코스메틱은 천연추출물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을 몽골, 러시아, 헝가리, 에콰도르, 세르비아, 미얀마, 일본, 중국, 미국 등 17개국에 수출하는 작지만 내실 있는 기업이다.
국내외 경쟁이 치열한 K-뷰티 시장에서 해외 판로를 꾸준히 뚫을 수 있었던 데엔 남다른 제품력이 한몫했다.
적게는 3∼4개월에서 길게는 6∼7개월. 제품 하나를 출시하기까지 성분, 제형, 디자인 등 깐깐한 잣대를 들이미는 탓에 제조사 연구원들마저 두손 두발을 다 들었을 정도였다.
'건강한 피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자'는 철학을 화장품에 담기 위한 엄상희(48) 대표의 고집이 만든 결과다.
엄 대표가 선택한 원료는 피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유산균이었다. 그는 장의 건강을 유지하듯, 피부의 건강도 유익균으로 지킬 수 있다는 개념을 화장품에 적용했다.
"피부에는 5천여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그중 유익균은 5%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80%는 환경이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유해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살아가요. 우연히 장 건강이 피부 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논문을 보고 '먹고 바르는 화장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죠."

인터뷰하는 '델라루즈코스메틱' 엄상희 대표
[촬영 강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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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지 않으면서도 자극이 덜하고 기능이 좋은, 세 박자를 모두 갖춘 화장품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결국 그 노력으로 탄생한 제품은 해외 바이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렇게 그는 스페인어로 '빛', '광채'를 의미하는 '델라루즈'를 회사명으로 삼아 피부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화장품을 만든다는 정체성을 덧입혀 고객에게 다가갔다.
엄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워낙 동유럽 천연 화장품이 유명하니까 그 나라와 경쟁하면 100% 진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헝가리와 3년째 거래하고 있는 걸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은 언제까지나 나의 좁은 견해라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엄 대표가 십수년간 한림대 의과대학 천연의약연구소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다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화장품 '블루오션'에 과감히 뛰어들게 된 데에는 우연과 경험의 시간이 맞닿아 있다.
임산과 출산을 겪으며 트러블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마음고생했던 엄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겪는 젊은 여성들의 사연을 보며 사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후 대학을 떠나 신약 개발 벤처회사와 추출물을 제조하는 원료 회사로 일터를 두 차례 옮기면서 뜻하지 않게 천연 화장품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다 2019년 가을 우연히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실시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쓴 사업계획서가 지금의 회사를 세우게 된 발판이 됐다.

방글라데시 바이어와 상담하는 엄상희 대표
[엄상희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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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창업 이후에는 6개월간 백수 생활을 이어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업이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고, 엄 대표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심정으로 코트라 무역관에 메일을 돌리거나 1년에 70여회 해외 온라인 상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결국 첫 개발 제품인 '글루타싸이온 기초 라인'에 눈을 돌린 러시아 바이어가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뜻을 밝혀 첫 수출의 성과로 이어졌다.
당시 러시아 바이어가 구매한 화장품이 러시아 임산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사업의 물꼬가 트였다.
임산과 출산 과정에서 많은 신체적 변화를 겪는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엄 대표의 사업 철학과도 맞물리는 순간이었다.
이후 줄기차게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린 결과 엄 대표는 최근 제62회 무역의 날과 제9회 강원수출인의 날을 기념해 정부가 역대 최고의 수출실적을 거둔 무역인을 격려하기 위해 진행한 포상 수여식에서 산업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엄 대표는 앞으로 식품, 색조 화장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가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개발한 이너뷰티 원료를 활용해 내년부터는 피부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식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 이후에는 립, 아이 제품 등 일부 색조 화장품도 개발해 선보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엄 대표는 "경험한 것 중에 그 어떤 것도 허튼 것이 없다"며 "인생 계획을 세워두고 움직인 건 아니지만 앞선 경험이 다른 무언가를 할 때 아주 큰 도움과 힘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역의 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꼭 계약에 의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소기업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협업의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부 장관 표창받는 엄상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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