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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락·몸짓이 하나로…엑스포장서 '한국의 멋' 알린 명인들
입력 2025.05.15 02:27수정 2025.05.15 02:27조회수 0댓글0

국가무형유산 신영희·채상묵·이재화 보유자, 전통 공연 선보여
"절제된 아름다움 널리 알리고파"…사자춤·소고춤에 관람객 눈길


무대에서 만난 명인들

왼쪽부터 신영희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보유자, 이재화 거문고 산조 보유자, 조용수 판소리(고법) 이수자, 채상묵 승무 보유자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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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연한 녹색 한복을 입은 여성이 지그시 눈을 감고 소리를 냈다. 꾹꾹 눌려놓은 감정을 터뜨리는 듯 절절한 가락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남성은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정취를 더했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거문고와 장구 소리는 두 사람의 곁을 지키며 깊은 울림을 줬다.

남도 가락을 바탕으로 흥타령과 시나위, 살풀이를 즉흥적으로 선보인 무대였다.

신영희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보유자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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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무형유산을 대표하는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행사로 꼽히는 세계박람회(엑스포) 속 특별 무대를 통해서다.

지난 14일 일본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공연장에서 만난 신영희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보유자는 "소리와 춤, 악기 모두 사실은 하나의 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공연은 엑스포를 방문한 세계 각국의 관람객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한국 주간'(5.13∼17)에 맞춰 기획했으며 신 보유자와 채상묵 승무 보유자, 이재화 거문고산조 보유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무대를 선보인 뒤 합동 공연을 펼쳤다.

채상묵 국가무형유산 승무 보유자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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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희 보유자는 "분야별로 장단이 있고, 가락이 있기에 쉽지 않은 공연"이라며 "무대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심취하다 보니 눈물이 날 듯해서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이재화 거문고산조 보유자 역시 "한국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공연"이라며 "일본 관객의 마음 깊숙이 심금을 울리는 무대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채상묵 승무 보유자는 "한국 전통 예술에는 한(恨)의 감정이 많다"며 "(한국 전통) 악기, 소리, 춤 모두 서정적이라는 점에서 통한다"고 덧붙였다.

세 사람 모두 일본에서 여러 차례 공연하는 등 인연이 깊다.

이재화 국가무형유산 거문고산조 보유자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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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희 보유자는 1970년대 도쿄, 오사카 등에서 공연한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처럼 자유롭게 해외 공연을 나갈 때가 아니어서 (공연에 임하는) 의미와 사명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채상묵 보유자는 1970년 오사카시 중앙공회당에서 스승인 고(故) 강선영 태평무 보유자와 함께 공연한 바 있다. 그로서는 생애 첫 해외 나들이였다고 한다.

채 보유자는 "그 시절 일본에는 한국을 떠나온 교포들이 많았는데 그분들 앞에서 한국의 무용과 음악을 선보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뜻깊은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전통문화의 맥을 잇기 위해 걸어온 길. 이들은 일본에서도 그 뜻이 전해지길 바랐다.

14일 오사카 엑스포장에서 열린 공연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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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화 보유자는 "거문고는 그 자체로 세계유산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악기"라며 "전 세계인이 모이는 자리에서 알릴 수 있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화려함보다는 단정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판소리의 본질과 한국 예술의 깊이를 세계에 전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한국의 멋이죠."(신영희 보유자)

무형유산 명인들의 공연은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두 차례 공연은 예약 없이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관람객을 받았으나, 일찌감치 300석 모두 채웠다. 관객들은 보유자들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국의 전통 연희를 소개합니다"

(오사카=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4일 일본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야외 팝업 무대에서 선보인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의 공연 모습. 2025.5.15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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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고현에서 왔다는 가요코 씨는 "엑스포장을 구경하다 우연히 행사를 알게 돼 공연을 봤다. 사자춤과 판소리는 처음 접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엑스포장에서는 한국의 흥을 느낄 수 있는 공연도 열리고 있다.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은 야외 특별 무대에서 사자춤, 소고춤, 사물놀이 등 전통 연희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오사카 엑스포를 상징하는 목조 건축물인 '그랜드 링' 상층부에서는 관람객들이 원을 따라 길게 줄을 늘어서며 한국의 전통 놀이를 즐겼다.

사물놀이 공연을 보는 관람객들

(오사카=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4일 일본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야외 팝업 무대에서 선보인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의 공연 모습. 엑스포의 대표적 건축물인 '그랜드 링'에서도 관람객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 202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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