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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증원 필요' 담화에 의사들 "거짓말", "흑역사로 기록될 것"
입력 2024.04.01 05:05수정 2024.04.01 05:05조회수 0댓글0

윤 대통령 "의사 증원은 의료개혁 최소 필요조건"…개혁 의지 강조
의사들 "선거 앞두고 많이 급했나", "한국의료 황폐해질 것" 비난 세례


윤석열 대통령,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2024.4.1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i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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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김잔디 오진송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천명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의사들은 "거짓말", "한국 의료가 황폐해질 것", "흑역사로 기록될 것"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 담화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등을 내세우며 의사 증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료개혁은 필수·지역의료를 강화해서 전국 어디에 살든, 어떤 병에 걸렸든,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개혁이라는 과업에서 의사 증원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고, 더 많은 충분조건이 보태지면서 완성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4대 의료개혁 패키지에 그동안 의사들이 주장해 온 과제들을 충실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전공의들은 의사 증원을 막기 위해 50일 가까이 의료 현장을 이탈해 불법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소득은 OECD 국가들 가운데 1위"라고 덧붙였다.

의사단체나 현장의 의사들은 윤 대통령의 담화를 일제히 비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은 연합뉴스에 "'입장이 없음'이 공식 입장"이라며 "그 이유조차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임 당선인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우회적인 불쾌감을 드러낸 가운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의협회관 브리핑에서 공식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의료개혁 대국민담화 지켜보는 내원객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2024.4.1 ksm79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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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담화문 전문을 올리고 "대통령은 예상했던 대로 물러섬이 없다"며 "그런데 그는 또 거짓 주장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편향된 정보의 제공, 그것이 권력의 횡포"라며 "당신의 말씀대로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의 면허를 정지해야 하고 그 때문에 의료가 마비된다면 당신이 말하는 정치가 잘못된 것이다. 온 국민이 알고, 당신만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남겼다.

최근 의협 차기 회장 선거에서 임 당선인과 경쟁했던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면서 "예상했던 대로라 제대로 안 들었다"고 비꼬았다.

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 의사도 "전에 나온 얘기랑 똑같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차관이 했던 이야기에서 달라진 게 없다"며 "담화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 전혀 의사들과 협상하거나 의사들을 설득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개원가의 한 의사는 "대통령이 마치 모든 게 돈 문제인 양 얘기하는 데에 실망했다"며 의사 수입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한 언짢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의사를 양성하고 필수의료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교육여건이나 수련환경을 보장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의대 증원만 외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래서는 국민도, 의사도 설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의사도 "(대통령 담화문은) 평가할 가치가 없다"며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많이 급하셨구나 싶었다"고 비꼬았다.

그는 "마치 정원의 '숫자'를 가지고 많네, 적네 흥정하는 식으로 몰아가고 싶은 모양인데, (정원은) 문제의 일부"라며 "전공의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아 90% 이상 개별적으로 사직한 것으로, 이 친구들은 정원이 줄든 말든 돌아올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 발언이 한국의 의료 환경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필수의료 분야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교수는 "이제 전공의 복귀, 의대생 유급 사태의 해결은 수습이 어려워졌다"며 "한국 의료는 향후 몇 년간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황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빅5' 병원이나 대형병원 응급실은 최소의 기능으로만 간신히 유지될 것이고, 응급 상황에서 야간이나 휴일에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될 것"이라며 "정권이, 정치가 민생과 의료, 그리고 경제를 망치는 대표적 흑역사로 세계 역사에 오래 회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인 방재승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이번 정부는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담화문이었다"며 "한국의료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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