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앓으며 '나는 조커' 생각하다 길거리 여중생들 상대 범행
서울중앙지법
[촬영 이성민, 장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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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신림동 흉기난동범'을 모방해 길거리에서 여중생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려 한 1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16)군에게 징역 장기 6년·단기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적 드문 공원에서 낯선 남자에게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어린 피해자들이 겪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신림역 사건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잔혹한 범죄인데 이를 추종하는 것에서 나아가 행위 착수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사회에 미친 해악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의로 중지했고 피해자 중 1명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아직 미성숙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A군은 지난해 10월 1일 저녁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 인근에서 여중생 2명을 따라가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경남 지역에 살던 A군은 흉기와 둔기를 소지한 채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해 관악구 신림동으로 가려고 했으나 마침 눈에 띈 여중생들을 뒤쫓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피해자 1명을 찌르려는 순간 범행을 단념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조사 결과 A군은 지난해 7월 21일 신림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4)의 범행 동영상을 보고 동질감을 느껴 누군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앓던 그는 자신을 영화 '배트맨'의 악역 '조커'와 같은 실패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선의 범행을 보고 '강하고 멋지다'라는 생각에 희열을 느낀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A군은 평소 폭력성이 강한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판에서 "살인미수죄가 멋지고, 나는 소년이어서 곧 풀려날 것이라 생각했다. 풀려나면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1심에서 징역 장기 9년·단기 7년을 구형한 검찰은 "소년범으로는 비교적 중한 형이 선고됐지만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보다 엄중한 형이 선고될 필요가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A군도 항소했다.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형을 선고한다. 소년범의 교화를 위해 수형 성적에 따라 형을 탄력적으로 집행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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