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시대 공동육아] ① "'함께 키움' 덕분에 둘째·셋째도 낳았어요"

입력 22. 05. 13 09:57
수정 22. 05. 13 09:57

외자녀 가정엔 이웃 간 형제·자매, 이모·삼촌 역할 하는 공동체 
"부모가 육아 스트레스서 벗어나면 저출산 문제 자연스레 해결"

[※ 편집자 주 = 아이를 낳기도 기르기도 힘든 지금 시대에 이웃들과 육아공동체를 만들어 육아 부담을 나누는 공동육아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공동육아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연합뉴스는 공동육아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지를 다양한 사례 중심으로 짚어보는 기사 5편을 제작, 순차적으로 송고합니다.] 
 

[공동육아모임 '사이좋은 황금돼지토끼'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 서초구 공동육아 현장

[공동육아모임 '사이좋은 황금돼지토끼'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김덕훈 인턴기자 = 서울 서초구에서 7살, 16개월 자녀를 키우는 이은지(37) 씨는 이웃들과 공동육아를 하면서 둘째를 낳을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이씨는 2017년 당시 첫째 아이와 같은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이웃 3명과 서초구 '함께키움 공동육아' 사업에 참여해 지금까지 모임을 이어왔다. 지난 5년간 공동육아를 하면서 이씨뿐만 아니라 다른 가정에서도 자녀 1~2명을 더 낳았다.

"저희끼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가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하곤 해요. 저도 둘째를 낳을 생각은 없었는데 공동육아를 하면서 '독박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서로 돌아가며 품앗이 육아를 하다 보니 돌봄 공백이 줄어들어 육아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외자녀 가정 모임이었는데, 5년이 지나니 다자녀 가정 모임이 됐어요."
이씨는 처음 공동육아를 시작했을 때, 외동으로 자라던 자녀가 여러 친구를 만나 친구, 형제처럼 지내면서 점차 사회성을 기르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들 모임은 자녀가 많아지자 7세 자녀 모임과 영유아 자녀 모임을 각각 반을 나누어 공동육아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 '핵가족'을 '대가족'으로 만들어주는 공동체 역할
공동육아는 외자녀가 많은 요즘 가정의 아이들에게 '형제·자매'뿐만 아니라 '이모·삼촌'까지 만들어주는 공동체의 역할을 한다.

두 자녀를 키우는 노정은(39) 씨는 4년 전 경남 창원시로 이사를 한 뒤, 알고 지내는 이웃이 없어 집에서 혼자 육아를 전담했다. 당시 2살이었던 둘째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던 차에 동네에서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씨가 공동육아 모임에 참여한 이후 둘째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3·1절에는 태극기를 만들고, 식목일에는 나무를 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함께 뛰어놀았다. 노씨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온 마을이 함께 하는 일'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됐다"며 "아이들은 서로를 형제·자매처럼 여기고, 친구의 부모를 이모·삼촌이라 부르면서 가족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최영미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야외활동에 나선 공동육아 모임 아이들

[최영미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모임의 리더 최영미(42) 씨는 "공동육아 모임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에 대한 예의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어른들도 '이웃사촌'이 되어 돈독해진다"고 했다.

이 공동육아 모임에 참여하면서 둘째를 낳은 엄마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최씨는 "공동육아를 하다 보면 이웃과 더불어 크는 아이들의 장점을 알게 되고, 맞벌이 부부는 돌봄 공백을 서로 채워주게 돼 자녀를 더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사이좋은 황금돼지토끼'라는 공동육아 모임을 하는 어머니들도 "외자녀들은 공동육아를 통해 상호작용을 하며 배려와 양보를 배우는 등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며 "공동육아 모임이 하나의 작은 마을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초구 여성보육과 보육정책팀 김성희 팀장은 "대가족이 함께 살던 시대에는 부모가 자리를 비우면 조부모가 돌봄 공백을 채웠지만, 지금 시대는 외자녀를 키우는 데도 양육자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시대에 공동육아는 돌봄 공백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또래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 부모의 행복과 만족도 높여…"저출산 문제 자연스레 해결"
이처럼 공동육아는 양육자가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숨통을 틀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자녀를 낳을 수 있는 심적·환경적 안정감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호자가 자녀를 돌봐주니, 맞벌이 가정 부모들은 자녀를 무리하게 학원으로 떠밀지 않아도 된다.

정성훈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는 현재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인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웃들과 공동육아를 했다. 그가 선택한 공동육아 방식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일반 어린이집과 달리 마음이 맞는 부모들끼리 모여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평일에는 보육 전문교사가 부모들이 원하는 보육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주말에는 부모들과 자녀들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

정 교수는 "네다섯 가정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봐주려면 집에 상주하는 양육자가 있어야 하는데, 주변 이웃이 모두 맞벌이 가정이어서 어린이집 형태로 공동육아를 했다"며 "자녀들이 각각 4살, 6살일 때부터 공동육아를 했는데, 공동육아의 장점은 직접 경험해본 뒤에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 살며 어울리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진학한 뒤 적응하는 데도 서로 도움을 줬다. 부모들은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모여 축구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취미 생활을 공유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친구 부모들과도 거리낌 없이 지내다 보니, 어른들과의 관계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구김살 없이 자랐다고 한다.

어린이집을 함께 운영했던 부모들은 초등학생이 된 자녀들을 방과후 공동돌봄 기관으로 보냈다. 정 교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방과후 공동돌봄 기관은 아이들에게 공부가 아닌 다양한 놀이나 경험을 하도록 해준다"며 "자녀들은 산에서 돌 캐기, 자전거 고치기, 역사 기행 떠나기, 영화와 만화책 만들기 등을 하며 어린이답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랐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들은 학업 스트레스 없이 부모와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하며 성장하고, 부모의 양육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광주=연합뉴스) 12일 광주 동구 용산지구 LH행복주택단지에서 공동육아나눔터 1호점 개소식이 열리고 있다. 육아 품앗이 실천 공간인 공동육아나눔터는 아이를 키우는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2019.8.12 [광주 동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 마을이 함께 키운다'

(광주=연합뉴스) 12일 광주 동구 용산지구 LH행복주택단지에서 공동육아나눔터 1호점 개소식이 열리고 있다. 육아 품앗이 실천 공간인 공동육아나눔터는 아이를 키우는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2019.8.12 [광주 동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공동육아 방식은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같은 동네 이웃끼리 모여 꾸린 공동육아 모임에서부터 부모들이 조합을 결성해 운영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지자체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마을공동체의 공동육아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보영 한양여대 아동보육과 교수는 "공동육아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면서도 양육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양육자가 공동체 안에서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위로와 힘을 얻고 행복하게 양육할 수 있다면, 저출산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fortu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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