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반군에 납치돼 8년 포로 생활…상처 딛고 생존자 치유 공동체 설립
광주인권상 수상차 방한…"금전 보상 넘어 공동체 회복·제도적 정의 실현"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연대 촉구하는 실비아 아칸 GWVU 대표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우간다 여성 인권활동가로, 5·18기념재단의 '2026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실비아 아칸 GWVU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역 내 회의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5.16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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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열차가 숨 가쁘게 선로를 오가며 수많은 이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전하는 서울 용산역, 15일 분주한 소음이 새어드는 역사 내 한 회의실 안은 평온하고 규칙적인 아기의 숨소리로 가득 찼다.
5·18기념재단의 '2026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돼 최근 한국을 찾은 우간다 여성 인권 활동가 실비아 아칸(47) '골든 우먼 비전 인 우간다(GWVU)' 대표의 품에는 갓 백일을 넘긴 막내딸 제네비브 아센 아야가 안겨 있었다.
딸은 엄마가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내내 신기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를 응시했다. 아칸 대표는 인터뷰 도중 잠시 양해를 구하고 딸에게 수유하거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아칸 대표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거쳐 16시간에 달하는 긴 비행 후 14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도 채 되지 않은 몸으로 아기와 함께 대륙을 넘는 여정을 선택한 것 자체가 그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아칸 대표는 "딸과의 동행은 고통이 대물림되지 않으며, 세대를 넘어선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라며 "딸에게 상처가 아닌 평화를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은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며 "아이들을 교육함으로써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세대를 길러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6 광주인권상' 수상 위해 광주 향하는 우간다 여성 인권활동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우간다 여성 인권활동가 실비아 아칸 GWVU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역에서 5·18기념재단의 '2026 광주인권상' 수상을 위해 광주행 열차에 오르기 전 딸 아야와 함께 플랫폼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5.16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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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유년 시절은 1987년부터 이어진 무장 반군 '신의 저항군(LRA)'과 우간다 정부군 간의 참혹한 분쟁 그 자체였다. 13살에 LRA에 납치돼 8년간 지옥 같은 억류 생활을 강요당했던 그는 부모와 언니를 잃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해 지역 사회로 복귀했으나, 그와 같은 생존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따뜻한 위로가 아닌 극심한 빈곤과 사회적 낙인이었다.
아칸 대표는 "우간다 북부 지역은 내전의 장기화로 대규모 강제 이주, 성폭력, 아동 납치 등 인권 침해가 심각했다"며 "전쟁 이후에도 생존자들은 빈곤, 사회적 낙인, 공동체 단절 등의 문제를 지속해 겪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 행정학을 전공했다.
약 10년 동안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우간다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활동한 경험은 그가 현장 중심 인권 전문가로 거듭나는 바탕이 됐다.

품에 안긴 딸 바라보는 우간다 여성 인권활동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15일 서울 용산역 내 회의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실비아 아칸 GWVU 대표가 갓 백일을 넘긴 딸 아야를 평온하게 바라보고 있다. 2026.5.16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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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아이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아칸 대표의 손은 거칠고 투박했다. 8년의 포로 생활과 이후 생존자들을 돌보며 보낸 고단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 손으로 그는 2011년 생존자 중심 단체 GWVU를 설립해 희망의 구심점이 됐다.
GWVU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생존자들이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다. 트라우마 상담과 음악 치유를 통해 200명 이상의 심리적 회복을 도왔고, 제빵과 재봉 등 직업훈련으로 600명 이상의 경제적 자립을 이끌었다.
아칸 대표는 "사회는 분쟁 피해 여성들을 평생 동정만 받아야 하는 피해자라는 수동적인 프레임에 가두려 했다"며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기 위해 단체 이름에 '황금(Golden)'이라는 문구를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금은 아무리 뜨거운 불 속을 통과하더라도 그 본질적인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여성이 어떤 일을 겪었든 상관없이 여전히 특별한 가치와 존엄성을 지니고 있음을 믿게 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아칸 대표는 "단기 대응보다는 장기적으로 치유, 교육, 생계, 정신 건강 지원, 공동체 재통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풀뿌리 여성 주도 단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2026 광주인권상' 수상 위해 백일 갓 넘긴 딸과 방한한 실비아 아칸 GWVU 대표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우간다 여성 인권활동가 실비아 아칸 GWVU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역에서 5·18기념재단의 '2026 광주인권상' 수상을 위해 광주행 열차에 오르기 전 딸 아야와 함께 플랫폼에 서 있다. 2026.5.16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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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선은 우간다 북부의 작은 마을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제도적 정의와 국제적 연대로 뻗어 나가고 있다. 우간다 의회에 피해자 배상 관련 청원을 제출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정책 논의에도 참여했다.
그는 피해 회복은 금전적 보상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리적 치유와 공동체 회복, 사회적 인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철학에 따라 '전쟁 성폭력 피해 생존자 국제적 네트워크(SEMA)' 창립 멤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칸 대표의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먼 미래를 향한다. 그는 "내전 중에 태어나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한 쉼터와, 이들이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보였다.
아이를 다정하게 보듬는 엄마는 분쟁의 참상을 증언할 때는 목소리를 높여 강인한 활동가의 모습을 내보였다. 엄마의 강한 목소리 속에서도 품에 안긴 딸은 단 한 번도 칭얼거리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를 마친 아칸 대표는 오는 17일 시상식이 열리는 광주로 향하기 위해 딸을 품에 꼭 안고 승강장으로 향했다.
그는 "생존자들은 결코 잊혀서는 안 되며, 가해자들은 반드시 자기 행동에 책임져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 온전한 정의가 실현돼, 딸 아야와 같은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오직 폭력 없는 평화로만 채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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