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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노동 막는다"…정부,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침 첫 제시
입력 2026.04.08 03:21수정 2026.04.08 03:21조회수 0댓글0

2017년 무산된 '포괄임금 지침' 9년 만에 부활…노사정 합의 결실
'약정보다 더 많이 일한 수당 안주면 임금체불' 명확히


고용노동부

[촬영 고미혜]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고용노동부가 '공짜노동'을 막기 위해 '고정OT(초과근무시간)'를 약정했을 때도 약정보다 실제 수당이 많을 경우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차액 미지급 시 임금 체불로 처벌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의 포괄임금 오남용 관행을 조속히 개선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짜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9일부터 시행한다고 8일 발표했다.

포괄임금은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임금을 사전에 정하고,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포괄해 지급하기로 하는 임금 산정 방법이다.

포괄임금 관련 지침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마련하고자 의견 수렴 등을 했으나, 노사 양측의 반발로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지침에서는 사용자가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대장과 임금명세서에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해 기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근로자가 실제 근로한 시간에 상응하는 각종 수당을 산정·지급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기본급과 수당을 구분하지 않는 정액급제나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또는 휴일근로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제 수당을 포괄해 산정·지급하는 정액수당제를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는 이른바 '고정OT 약정'(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또는 휴일근로수당을 항목별로 구분해 수당별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도 사용자가 반드시 실제 근로한 시간과 비교해 약정한 금액이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법정수당보다 적다면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노동부는 차액분을 지급하지 않을 시 임금체불에 해당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사례가 적발될 경우 집무 규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정확한 근로시간 산정을 위해선 기록·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근로감독관이 사업주가 임금대장·임금명세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노동부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포괄임금 약정을 활용해 온 사업장에는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 제도'(근로자가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도입)·'재량근로시간 제도'(업무수행 방법을 근로자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에 도입) 등 현행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제도를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지침에서는 근로자의 정확한 임금 산정을 위해 '사용자는 모든 개별 근로자의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를 포함한 근로시간을 기록·관리해야 한다'는 근로시간 기록·관리의 기본적 방법도 제시했다.

이번 지침에 담긴 내용들은 현행법으로 이미 규제되는 내용들을 명확히 한 것이다. 현행법에 따라 임금체불이 적발되거나 임금대장·임금명세서 기록·교부 등 조항을 위반할 시에는 제재할 수 있으나, 정액급제·정액수당제의 도입 등은 근거가 없어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편 노동부는 제도개선 의지가 있는 사업장에는 '포괄 임금 개선 컨설팅(일터혁신 상생 컨설팅)', '민간 HR 플랫폼' 지원 사업 등을 연계해 합리적인 임금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익명신고센터를 운영, 익명 신고로 접수된 사업장은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사업장으로 관리하고 지방노동관서의 수시 감독 또는 하반기 기획 감독 대상에 포함하는 등 사후 관리에도 힘쓴다.

지난 2월 26일부터 실시 중인 공짜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기획감독과 더불어 사업주의 임금대장 및 임금명세서 작성·교부 점검 중심의 '기초노동질서 기획감독'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지침과 별개로 국정과제인 '포괄임금의 원칙적 금지'는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며 "현재 국회에 여러 관련 법이 계류돼있어 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침은 최종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선제적으로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포괄임금 약정을 체결했다는 이유만으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불공정한 관행이 현장에 여전히 남아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행법에 따라서도 임금대장 상 근로시간 수 및 기본급과 법정수당 등의 구분 기재를 토대로 노동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사용자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도 지침 마련을 계기로 노사는 입법 전이라도 공짜 노동이라는 불공정한 노동 관행을 시정해달라"며 "정부 또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를 위한 건설업계 등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노사정 및 전문가 협의체인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은 지난해 12월 30일 현장의 불합리한 포괄임금 오남용 관행을 개선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노사 합의 사항을 반영한 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노사정은 법 개정 전에라도 선제적으로 포괄임금 오남용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현행 법과 판례를 반영한 현장 지도 지침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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