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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서 벌어지는 두 번째 전쟁…박찬욱 신작 '동조자'
입력 2024.04.16 02:20수정 2024.04.16 02:20조회수 0댓글 0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중간첩의 시선으로 본 베트남 전쟁
퓰리처 수상 소설 원작…로다주 '1인 4역' 연기 눈길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 포스터

[쿠팡플레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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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모든 전쟁은 두 번 벌어진다. 첫 번째는 전장에서, 두 번째는 기억 속에서."(All wars are fought twice. The first time on the battlefield, the second time in memory.)

지난 15일 쿠팡플레이가 국내 독점 공개한 박찬욱 감독의 연출작 '동조자'(원제 The Sympathizer)는 이 같은 자막에 이어 한 남성(호아 쉬안데 분)이 독방에 갇혀 진술서를 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그가 겪은 일을 기억해내라고 강요받고, 이에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밀정.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모든 일의 양면을 보는 저주를 받았죠"로 시작하는 진술서를 써 내려간다.

미국과 손잡은 남베트남(베트남 공화국)이 북베트남(베트남 민주공화국)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던 1975년 겨울, 주인공은 남베트남의 비밀경찰 소속 대위 계급으로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

서양 혼혈로 능숙한 언어를 구사하는 대위는 외견상 남베트남의 비밀경찰 소속이지만, 사실 북베트남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이중간첩이다.

대위는 북베트남 스파이인 여성이 우편함에서 남베트남 비밀경찰의 명단을 입수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부하들과 함께 이 스파이를 체포한다.

사실 이 명단을 북베트남 스파이에게 넘기기 위해 우편함에 넣어둔 것은 대위 자신이었다. 명단이 넘어가기 직전 남베트남 비밀경찰 부하들이 북베트남 스파이의 위치를 알아내고, 대위는 부하들에게 자기 정체를 숨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북베트남 스파이를 검거한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

[쿠팡플레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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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털어놓은 대로 대위는 모든 일의 양면을 보는 저주 속에 살아간다. 그는 자신이 건네준 명단을 입수한 여성 스파이를 체포하고, 동료 경찰들이 "누가 명단을 건네줬는지 말하라"고 취조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의 의형제 '본'과 '만'은 그가 속한 두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얼마 전 아들을 낳은 본은 남베트남의 공수부대에 복무하는 군인이고, 만은 대위와 같은 북베트남 스파이로서 상부의 지시를 대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본은 만과 대위가 스파이인 줄 꿈에도 모르고 있다.

1975년 4월 북베트남이 남베트남 수도인 사이공 점령을 눈앞에 두자 대위는 이제 스파이로서 모든 임무가 끝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만은 대위에게 비밀경찰의 책임자인 장군을 따라 미국으로 가서 그를 감시하라는 북베트남의 지시를 전한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

[쿠팡플레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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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는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중간첩의 눈으로 본 전쟁 전후의 베트남과 미국을 흥미롭게 담았다.

과거를 회상하는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이야기가 구성돼 대부분의 사건이 알기 쉽게 펼쳐진다. 초반부 비밀경찰 명단 유출 사건을 통해 주요 인물들의 개성을 빠르게 소개하고 전쟁 마무리 국면으로 넘어가는 등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

이 작품은 전쟁보다 첩보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다. '두 번째 전쟁은 기억 속에서 벌어진다'는 서두의 말대로 1회에 이미 전쟁이 끝나고 이후 미국과 통일된 베트남 사이 첩보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조자'는 연출자인 박찬욱 감독 특유의 인상적인 화면 구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박 감독이 시리즈물을 연출한 것은 2018년 BBC의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두 번째다.

예를 들어 1회의 주요 배경 중 한 곳인 남베트남 비밀경찰 장군의 집은 초반부 화려하게 꽃이 피어 있지만, 패전이 임박해지자 점점 미약해지는 희망을 상징하듯 시들어버린다.

전화기의 다이얼이 회전하는 장면이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장면으로 넘어가고, 담뱃불이 섬광탄의 빛으로 넘어가는 등 감각적인 화면 전환도 눈에 띈다.

박 감독은 7부작인 '동조자'의 1∼3회를 연출했고, 공동 쇼러너(co-showrunner)로서 제작, 각본 등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4∼7회 연출은 영국 감독 마크 먼든과 영화 '두 교황' 등으로 알려진 브라질 출신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나눠 맡았다.

'동조자'는 이미 미국 사전 시사회에서 현지 매체들로부터 호평받았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동조자'는 대담하고 야심 차고 눈부신 TV 시리즈"라며 "각색을 박찬욱에게 맡긴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역시 "쇼러너인 돈 맥켈러와 존경받는 한국의 작가주의 감독 박찬욱이 '동조자'의 메타텍스트(텍스트 간의 상호비판)적 주제를 밀도 있고 야심 차며 다양한 톤으로 옮겼다"고 썼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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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서로 다른 네 명의 인물을 연기해 화제가 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1회 노년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클로드로 출연한다. 평소 여유가 넘치다가 중요한 순간 광기 어린 모습으로 돌변하는 클로드의 모습을 연기했다.

베트남계 호주 배우 호아 쉬안데는 영어와 베트남어를 모두 능숙하게 구사하는 '파란 눈의 베트남인'이란 설정에 어울리는 배우다. 그는 이 작품에서 때로는 능숙하게 상사를 속이는 모습을 능청스럽게 연기하고, 때로는 위태로운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한다.

7부작인 '동조자'는 미국에선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운영하는 케이블 채널 HBO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맥스에서 공개되며 국내에선 쿠팡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다. 15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한 회차씩 공개될 예정이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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