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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키넨 KBS교향악단 감독 "러시아 낭만 잘 표현하는 악단이죠"
입력 2024.03.28 12:56수정 2024.03.28 12:56조회수 0댓글 0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앨범 발매…"목관악기 배로 편성해 풍성한 소리"
28~29일 제800회 정기연주회…"500년 뒤에도 살아남을 방법 고민해야"


피에타리 잉키넨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KBS교향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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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앨범을 녹음하는 사흘간 정말 많이 연주했고, 단원들 한명 한명 모두 최선을 다했어요. 아주 만족합니다."

올해 3월은 KBS교향악단에 뜻깊은 달이다. 지난 27일에는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했고, 28~29일에는 제800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1956년 12월 제1회 정기연주회를 가진 이후 67년여만이다.

새 앨범 녹음을 진두지휘하고 제800회 정기연주회 지휘를 맡은 피에타리 잉키넨(44)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 있는 음악감독실에서 만났다. 핀란드 출신인 그는 2022년 1월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2년간 악단을 이끌었다.

잉키넨 감독은 앨범을 발매하게 된 배경을 묻자 "(임기 중) CD 1개 정도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다"며 "방송국 소속 오케스트라의 장점은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이런 녹음 작업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오케스트라에는 어떤 순간들을 계속해서 기록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앨범은 관객들이 듣는 것이기도 하지만 세계 비평가들한테 악단을 보여주는 '창문'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잉키넨 감독은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공연 실황이나 음원을 손쉽게 들을 수 있지만 손에 쥘 수 있는 CD를 발매해 이걸 사람들이 듣는 것은 또 다른 감흥을 준다고도 했다. 기술이 발달한 요즘 LP가 다시 유행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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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선택한 이유로는 KBS교향악단의 특기 중 하나가 '러시아 낭만'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1999∼2004년 KBS교향악단을 이끈 러시아 출신의 제6대 상임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의 영향도 있었다고 한다.

잉키넨 감독은 "이 곡은 아주 감정적이고 열정적이며, 우아하고 낭만적"이라며 "모차르트의 우아한 면모를 차이콥스키 고향의 민속 음악으로 승화한 아주 독특한 면이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악단과 이런 러시아 낭만이 담긴 장르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이 장르가 특기인 선임 지휘자인 드미트리 키타옌코 때부터 실력을 쌓아왔고, 나도 이 장르에 강한 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공연장에서 자주 연주되는 인기곡이고, 앞서 여러 오케스트라가 음반을 낸 곡이기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잉키넨은 "이미 많은 오케스트라를 거쳐 오면서 잘 알려진 곡이라 우려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래서 더 도전적이었고, 그만큼 결과가 값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에타리 잉키넨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KBS교향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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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번 앨범에는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스페셜 트릭'(special trick)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일부 파트에서는 목관악기 편성을 배로 늘렸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듣던 연주와는 다를 것"이라며 "특히 클라리넷 소리가 아주 꽉 차서 풍성하게 들릴 것"이라고 자부했다.

또 이번 앨범 작업에는 잉키넨 감독과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도이치 라디오 필하모닉의 제1 톤마이스터 시몬 뵈켄호프 감독이 참여했다. 잉키넨은 뵈켄호프 감독이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작업해준 덕분에 음반이 더 특별해졌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KBS교향악단은 대망의 제800회 정기연주회도 앞두고 있다. 유럽 오케스트라들과 비교하면 긴 역사는 아니지만,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낮던 60여년 전부터 꾸준히 공연을 이어오며 국내에 주요 클래식 레퍼토리를 소개해 온 시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이날도 인터뷰에 앞서 공연 리허설이 진행됐다. 최근 스키를 타다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게 된 잉키넨 감독은 연주회 때 앉아서 지휘하게 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하며 "문제없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오케스트라가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이번 연주회는 KBS교향악단이 앞으로도 영속성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잉키넨 감독은 "다만 오케스트라의 후원 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나 제도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면서 "오케스트라는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100년, 500년 뒤에도 존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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