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 1,400원대 후반 고착화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30일 서울 명동 시내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고착하면서 물가 불안이 고개를 들고, 가계와 기업이 받을 충격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11.30 noww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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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환율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며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올들어 지난 달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14원으로 작년 1,364원보다 약 50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연말까지 올해 연평균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선다면 이는 처음 있는 일이 된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이나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우리 경제에 여러 파급 효과를 가져오지만 우선 걱정되는 건 물가 자극이다. 고환율로 해외에서 사들이는 수입 제품 가격이 비싸져 국내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입 기업들은 원자재와 중간재를 달러로 사 올 때 더 많은 원화를 들여야 하므로 그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기 마련이다.

2025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은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5.12.2 sco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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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4% 올랐다. 10월에도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니 두 달 연속 2%대 중반의 오름세다.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류 가격이 5.9%나 뛰면서 지난 2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내렸어도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됐고 환율 상승 영향까지 겹쳐 전월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수입 축산·수산물, 수입 과일의 가격도 물가의 오름폭을 키웠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한 생활물가는 2.9%나 올라 작년 7월(3.0%)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2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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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포인트 오르면 해당 분기 소비자물가는 0.04%포인트 상승한다. 물가 상승은 국가 경제에 큰 주름살을 가져온다. 생필품 소비 비중이 큰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받으며 고통이 커진다. 추경과 소비쿠폰으로 간신히 살린 경기 반등의 불씨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거리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다.
문제는 고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금리까지 밀어 올리게 될 상황이다. 정부의 환율안정 대책에도 환율이 내리지 않고 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지거나 물가안정 목표를 초과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한다면 한국은행이 이를 수수방관하며 금리를 언제까지나 현 수준에서 묶어둘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종착역에 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당분간 동결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물가가 들썩인다면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은의 '매파 변신'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2% 중반의 상승률을 보이고 생활물가도 높아진 만큼 향후 물가 상황을 경계심을 갖고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1.27 [공동취재] sa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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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이 물가와 금리를 끌어올리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우리 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국내 가계가 사상 최대 규모인 1천968조3천억원의 빚을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치명적이다. 금리 상승이 영끌족과 빚투족의 고통을 키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코스피 5,000'도 요원해진다. 지금은 고환율의 원인을 놓고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라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환율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대형 산불의 피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초기 진화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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