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없는 고국에 실내스키장 지을래요"…미국 대신 'IT 강국' 한국 택해
한국 무대에서 '아프리카 가교' 역할 자처…"모든 한국인이 멋진 르완다 알 때까지"

한복 입고 경복궁 앞에서 사진 찍는 르완다 출신 방송인 모세
[모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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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적도가 가운데를 지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하얀 눈이 내리는 장면은 진귀하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거주하는 르완다 출신 방송인 모세(31) 씨는 고향 주민들이 스키를 타고 눈 위를 즐겁게 달리는 날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모세 씨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에 대해 "나중에 르완다로 돌아가 실내스키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르완다에는 겨울이 없다. 눈을 보지 못한 르완다 사람들이 실내스키장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게 해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국내에서 활약 중인 아프리카 출신 방송인으로 손에 꼽힌다.

아프리카 르완다 지도
[제작 양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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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인 2020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알린 뒤 '대한외국인' 등 여러 방송에 출연했다. 올 상반기에는 '위대한 가이드2'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다.
차분한 성격이지만 방송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끼를 발휘하고 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이자 외국인 모델이다. 과거 유튜브 채널에 르완다 홍보 영상을 10여편 올렸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1천명이나 된다.
한국인들에게 르완다를 소개하는 대중강연을 하고 외교부 산하 한·아프리카재단, 사단법인 아프리카인사이트 등이 주최하는 아프리카 관련 행사에도 자주 등장한다.
또 올해 5월 충남 아산시에서 문을 연 환수문화유산기념박물관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주한 르완다대사관에서 1년 4개월간 홍보 등 대외협력 업무를 한 경험이 있다.
그는 "르완다와 한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5 한-아프리카 청년포럼'에 참석한 르완다 출신 방송인 모세
[모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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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 씨가 처음 한국에 온 때는 2015년 8월이다.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 태어나서 처음 접한 뜨거운 더위에 무척 당황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이동하면서 본 커다란 다리와 빌딩, 호텔 등 도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서 오래 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국 르완다는 인구가 약 1천400만명인 아프리카 중부의 작은 내륙국이다.
1994년 다수 종족인 후투족이 소수 종족 투치족 등을 학살하면서 약 100일 동안 80만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르완다는 끔찍한 제노사이드(대량학살)의 아픔을 딛고 정보기술(IT) 발전에 기반한 경제 성장,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친환경 정책, 세계 최고 수준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해발 1천500m 이상의 고원지대로 '천개 언덕의 나라'로 불리고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 기후는 연중 온화하다.
모세 씨는 "르완다는 아프리카에서 제일 안전하고 깨끗한 국가"라며 "지난 9월에는 국제사이클연맹(UCI) 주최 자전거대회가 열리는 등 최근 스포츠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수원대 정보보호학과 학생인 그는 IT 공부에 진심이다.
대학 외부의 강의까지 들으면서 갈고닦은 IT 실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차려 성공하겠다는 욕심도 있다.
그가 20대 초반 한국행을 결정하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10세 무렵 아버지가 독일 출장에서 사 온 노트북을 만져본 뒤 휴대전화, TV 등 전자기기에 푹 빠져 외국에서 IT를 배우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삼촌과 누나들이 있던 미국 유학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지만, 고민 끝에 낯선 나라 한국을 택했다.
모세 씨는 "르완다에서 만났던 한국인 목사님으로부터 우연히 '한국에 한번 놀러 와라'는 말을 들었다"며 "인터넷 검색에서 한국이 IT 강국으로 나온 점이 많이 끌렸다. 미국 유학도 좋지만 한국이 좀 더 특별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르완다 출신 방송인 모세
[촬영 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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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한국에서 계속됐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어학당을 다닐 때 너무 힘들어 르완다로 돌아갈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때 상담한 어학당 선생님은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한국어 공부를 포기하지 말라"며 격려했다. 그러면서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한번 보라고 추천했다.
모세 씨는 "비정상회담에서 외국인들이 한국말로 자기 나라를 대표하고 토론하는 것이 너무 멋있었다"며 "나도 한국에서 르완다를 대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어를 어느 정도 잘하게 됐을 때 이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실망이 컸다. 하지만 언젠가 방송 출연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던 중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제작진으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았다. 간절한 바람은 현실이 됐다.
당시 방송에서 모세 씨의 고등학교 친구 브레제, 엘베, 파브리스 등 3명이 첫 한국 여행에서 보여준 순수함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어린아이처럼 환호하고 스키장 방문, 불고기 식사 등으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모세 씨는 "첫 방송 출연은 너무나도 상상하지 못한 기회였다"며 "파브리스는 얼마 전 결혼했고 엘베는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중"이라고 친구들의 근황을 전했다.

[모세 유튜브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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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르완다, 나아가 아프리카를 최대한 많이 알리겠다는 게 그의 욕심이다.
모세 씨는 "한국 사람들이 르완다를 잘 모르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며 "내가 방송을 통해 르완다 모습을 알려줬을 때 너무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인 10명 중 2명이 르완다를 알았는데 지금은 르완다를 아는 사람이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모든 한국인이 르완다를 알게 하는 것이 내 목표"라고 강조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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