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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연봉 속인 배우자 소개했다면…결혼정보회사 검증 책임 어디까지
입력 2025.11.12 12:40수정 2025.11.12 12:40조회수 0댓글0

결혼중개업법, 거짓정보 제공 금지 명시…위반시 5년 이하 징역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 사실 확인 의무 있어
검증 절차 거쳤다면 사후 허위 정보라도 손해배상 책임 성립 제한되기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최근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결혼했다가 자신이 알고 있던 배우자의 직업과 수입이 허위였음을 알게 돼 소송을 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30대 이 모씨는 결혼정보업체로부터 연 수입 3억원의 어린이집 원장이라고 소개받은 배우자와 결혼했다. 이후 이씨는 이혼 과정에서 배우자가 사실은 어린이집 원장이 아니라 행정관리직원이었고 연 소득도 5천600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이씨는 배우자감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결혼정보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 사건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결혼정보회사가 고가의 가입비를 받는 만큼 신원 증명 책임을 져야 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는 회원들의 신원 정보를 검증할 책임이 있는 것일까. 관계 법령과 판례 등을 통해 확인해봤다.

부부로 시작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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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사에 거짓 정보 제공 법적 금지돼…표준약관에선 사실확인 명시

결혼정보회사, 이른바 '결정사'를 규율하는 법인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결혼중개업법)에서 결혼중개업자(결혼정보회사)는 "결혼중개를 함에 있어서 이용자에게 거짓된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했고, 등록 취소, 영업소 폐쇄, 영업 정지 등의 행정 제재도 할 수 있게 했다.

또 결혼중개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이용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면서 배상 책임을 위해 결혼중개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결혼중개업자의 귀책 사유 중 하나로 '명백하게 객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허위로 제공한 경우'를 규정하면서 그런 정보 사례로 결혼정보, 직업, 학력, 병력 등을 들었다.

공정위의 '국내결혼중개 표준약관'에선 결혼중개업자가 회원가입을 심사할 때 배우자(사실혼 관계의 배우자 포함)가 있는지를 확인하게 했다. 이와 함께 학력, 직업, 병력 등 결혼하는 데 당시자 사이에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인정되는 개인정보의 사실 여부도 결혼정보회사가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결혼중개업법에서 거짓 정보 제공을 금지한다는 것이 문언상 결혼정보회사에 개인정보 검증 의무를 직접 부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짓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선 결과적으로 정보를 검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나 표준약관은 법령은 아니지만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액 산정과 귀책 사유 판단의 주요 참조 기준이 된다.

즉, 이런 법령과 규정 등을 종합하면 결혼정보회사에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앙 세트

[촬영 이충원] * 서울생활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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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 "회원 정보가 의심스러우면 결정사가 확인해야"

실제 판례는 어떨까.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10년 6월 회원의 주된 신상정보를 제대로 확인해 이를 정확하게 알려줄 주의의무가 결혼정보회사에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주의의무란 쉽게 말해 자신의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생기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주의하고 조심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해당 사건의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결혼정보회사 소개로 한의대생인 B씨와 결혼했으나 여러 일을 계기로 더는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결혼 후 B씨의 병원 개원 비용을 보탰던 것을 받아낼 목적으로 법원에서 채권가압류 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갑자기 B씨의 동생이 등장해 사실은 자신이 B씨이고 A씨가 결혼한 사람은 자기 형이라고 주장했다.

알고 보니 B씨는 한의대 재학 중인 동생의 신분으로 위장하기 위해 동생을 분가시켜 호적에서 제적시킨 뒤 동생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이후 결혼정보업체에 동생 신분으로 가입했던 것이었다.

법원은 이에 대해 회원들이 결혼정보회사가 제공한 개인정보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신뢰하게 될 것이므로 결혼정보회사가 개인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결혼정보회사는 B씨 사례처럼 마음먹고 속이기로 한 경우를 가려내기 위해 어떻게 조치해야 했을까.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회원 등록 시 가족 대부분이 전문직에 종사하고 자신은 명문 사립대 의예과를 휴학한 뒤 다른 대학 한의예과를 다니는 것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결혼 상대방의 가족 중에 전문직이 있으면 안 되고, 자신이 다녔거나 재학 중인 대학의 출신이 있으면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회원등록 심사 과정에서 주민등록증 원본이 아닌 복사본을 제시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회원의 경력, 직업 등을 포함한 인적 동일성 여부는 결혼 관련 정보에서 중요한 사항이므로 이에 대해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다면 보다 정확한 정보 확인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추가로 제출받거나 서류 원본을 확인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혼식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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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사가 아무런 검증 안했다면 손배책임"…전과 등 민간업체가 검증 못 하는 영역도

2016년 11월엔 서울중앙지법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참조해 결혼정보회사에 귀책 사유가 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C씨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연봉(약 1억원)과 비슷한 정도의 소득이 있거나 상대방 본인이 고소득자가 아니라면 그 집안의 경제력이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원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해당 결혼정보회사는 이에 고위 공무원 출신의 부친을 둔 중앙부처 공무원을 소개했는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의 부친은 공무원인 것은 맞지만 사회 통념상의 '고위' 공무원은 아니었다.

법원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규정하는 결혼중개사업자의 귀책 사유(명백하게 객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허위로 제공한 경우)를 언급하면서 부친의 이전 직업은 '명백하게 객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사항'인 만큼 회사가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2021년 4월 서울중앙지법 판결에선 결혼정보업회사가 검증할 수 있는 항목과 할 수 없는 항목을 구분하기도 했다.

해당 판결문에 따르면 결혼정보회사가 처음에 20억∼30억원 재산이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장담한 뒤 자신이 10억원 이상의 재산이 있고 연봉이 2억원이라고 주장한 D씨를 다른 회원에게 중개해줬다.

하지만 실상 D씨는 재산이 없을 뿐만 아니라 채권자들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사기죄 등 다수의 전과도 있었다.

법원은 이에 대해 민간 업체인 결혼정보회사가 D씨의 전과를 조회할 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D씨가 타인 명의로 사업을 하고 있어 연 소득 등에 대한 증빙 서류를 제출할 수 없다고 한 점만으로도 D씨가 더는 자신의 이름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음에도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았고 이를 결혼 상대 회원에게 알리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어린이집 원장 사건도 판결문을 보면 결혼정보회사가 배우자의 정보를 검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결혼정보회사는 배우자 모친과의 통화에서 아들이 어린이집 원장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실제 방문해 모친과 상담했을 땐 아들이 가업승계자로서 연 수입이 3억원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또한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배우자의 소득에 관해 검증했고, 배우자가 어린이집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라는 취지의 재직증명서도 제출받았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결혼정보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결혼정보회사는 회원의 핵심 신상정보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확인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확인 절차를 거쳤다면 사후에 검증된 정보가 허위였음이 밝혀지더라도 결혼정보회사의 과실에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전과와 같이 민간업체인 결혼정보회사가 원천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률사무소 '사유'의 송지원 변호사는 "법에 결혼정보회사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고, 거짓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했으므로 결혼정보회사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다만 어린이집 원장 사건 관련 판결에 대해선 "법원이 결혼정보회사의 사실확인 의무를 좁게 본 것 같다"며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 판결은 그런 점에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국내 결혼중개업체는 모두 773개사다. 결혼중개업체 수는 2012년 1천180개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해 최근 수년간 770여개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결혼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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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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