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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작가 "글쓰기는 저항·혁명의 행동…파친코도 위험한 책"
입력 2022.08.08 06:28수정 2022.08.08 06:28조회수 0댓글 0

정판 출간 기자간담회…"책 읽은 한국인들 '파워풀한 삶' 느끼길" 디아스포라 3부작 완결편 제목에 한글…'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 "한국말 잘 못 해 죄송" 깜짝 인사말…"사랑해줘 고마워" 울먹이기도

   
   

   

환하게 웃는 이민진 작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를 쓴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8.8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작가로 일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글쓰기는 저항과 혁명의 행동이기 때문이죠. '파친코'도 사실 굉장히 위험한 책입니다. 위험한 책이 되길 바라면서 그렇게 쓴 거예요."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 이야기를 그린 소설 '파친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재미교포 이민진(54) 작가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정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파친코의 독자들이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 얼굴만 봐도 5천 년 넘는 역사를 가진 나라의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며 "파친코가 위험한 책이란 것은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가 30년에 걸쳐 집필한 파친코는 2017년 2월 미국 출간 직후 화제가 됐다. 전 세계 33개국에 번역 수출됐고, 75개 이상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한국에선 2018년 3월 출간됐고, 올해 3월 애플TV+ 드라마의 인기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최근 새 번역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1989년 일본까지 100년의 역사를 다룬다. 한국전쟁과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자이니치'(일본에 사는 한국인 또는 조선인)의 삶에 주목하면서 단순히 선악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을 환기한다.

   

   

'파친코' 이민진 작가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를 쓴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8.8 jin90@yna.co.kr

   

그는 소설이 주류 사회에서도 인기를 끈 비결에 대해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유럽과 미국 독자들로부터 호감을 얻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인종차별, 계급, 문화적 제국주의, 식민지 등을 다루는데 19세기 영문학에서 많이 쓰인 스타일"이라고 했다. 자본주의를 비판한 데뷔작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2007)을 언급하면서는 "정치·사회적인 이야기"라고도 했다.

   

이 작가는 "파친코 출간 초기엔 독자의 99%가 아시아계와 관련 없는 백인과 흑인이었다"며 "한국 독자들이 내 책을 안 읽으니까 '뭔가 잘못했나' 걱정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한국 독자들이 북 토크에 와주고 편지도 써준다"고 말했다.

   

또 최근 3~4년 사이 한국의 젊은 독자들에게서 "인제야 엄마를 이해한다", "아빠랑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다" 등의 말을 듣고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한국 젊은이들이 '북클럽'을 만들어 삼촌과 이모, 할머니 등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된 것도 "참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신승미 번역가의 새 번역으로 출간된 한국어판 개정판에 대해서도 연신 "그레이트풀"(grateful)을 외치며 고마워했다. "평생에 걸쳐 쓴 작품이다 보니 한국에 정확하게 소개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작가는 "작가는 단어 하나를 사용할 때도 신경 쓴다. 작품이 다른 언어로 번역됐을 때 단어 하나하나가 너무 중요하다"며 "출판사 인플루엔셜은 번역에 대해 많이 컨트롤할 수 있게 허가해준 부분이 있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번역을 이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설의 첫 문장을 비롯해 "작가의 의도가 최대한 많이 반영됐다"고 흡족해했다. 1∼3부로 구성된 영어 버전의 큰 틀이 유지됐고, 챕터별 한국어 제목은 사라졌다. 소설 중간에 사용한 인용구가 그대로 반영된 것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파친코' 이민진 작가 방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를 쓴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8.8 jin90@yna.co.kr

   

개정판에는 이 작가의 친필 사인도 담겼다. 그가 늘 사인 때 사용하던 문구에 '강한'(powerful)이란 단어가 추가된 '우리는 강한 가족이다'(we are a powerful family)다.

   

그는 "가족이란 개념을 통해 당신과 내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우리는 연결돼 있고, 같은 곳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연결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같은 가족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할 때 못 해낼 게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책을 읽고 이 사인을 받은 한국인들이 '파워풀한 삶'을 느끼길 바란다"며 "모든 독자를 한국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고 종종 얘기하는데 독자 모두가 한국인의 시선에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친코' 이민진 작가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를 쓴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8.8 jin90@yna.co.kr

   

그는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 완결편 성격의 세 번째 장편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 집필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전 세계 한국인들에게 교육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룬 내용으로, 이 작가는 전 세계에 있는 수십 개의 학원을 방문하고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다.

   

그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 사람들이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교육은 사회적 지위, 부와 떼어놓을 수 없는데 교육이 사람들을 억압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설 제목 역시 교육기관 '학원'을 뜻하는 영어 단어 '아카데미'(academy)가 아닌 '학원'(hagwon)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일본 단어 '파친코'를 그대로 소설 제목으로 사용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 작가는 "영국 브랜드 '버버리'를 한국인들이 차용한 것처럼 외국인들도 한국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우리말로 쓴 것"이라며 "한국인을 이해하려면 전 세계인들이 학원 개념을 알아야 해서 우리말 단어를 고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한국어로 "한국말을 잘 못 해서 죄송합니다. 진짜로"라며 미안해했고, "안녕하세요"라고 짧은 인사말을 전했다. 영어로는 "간담회를 안 했으면 (내가 좋아하는) 빙수를 먹고 있었을 것"이라며 농담도 건넸고, 마지막엔 "많이 사랑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정말 고맙다"며 울먹였다.

   

전날 가족과 함께 방한한 이 작가는 한국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갖는다. 9일 오후 2시에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를, 10일 오후 7시에는 세종대 대양홀에서 북 토크를 한다. 이후 12일 오후 2시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리는 만해문예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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